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대북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했던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 체제 붕괴 가능성 등 북한 유고(有故) 시를 대비한 협의를 중국에 요청했지만 중국은 북한을 자극할까봐 구체적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블링컨 전 부장관은 17일자 일본 아사히(朝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미일이 기본계획을 짜고 중국이 여기에 참가하도록 제안했었다”고 공개한 뒤“한미일과 중국이 사전에 이 문제를 협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핵 시설의 관리 ▦군대의 파견방안 ▦북한 붕괴 후 통치방법 등에 대해 한미일과 중국이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체제 붕괴 가능성에 대해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공고화되고 있어 체제붕괴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사히는 블링컨 전 부장관의 말을 전하며 “지난해 11월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만났을 때도 이런 위기감을 전달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또 블링컨 전 부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권력장악을 위해 고위인사들을 신속하게 숙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숙청대상이 된 간부들이 먼저 행동을 취하려 할 수도 있다”며 테러나 쿠데타의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그는 재임 중 중국 고위관리와 만난 자리에서 북한체제 붕괴 가능성 등에 대해 얘기했고, 중국 측도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구체적인 협의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블링컨 전 부장관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측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미국 정부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독자제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배치를 완료하고, 미국과 한ㆍ일간의 공동 군사훈련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링컨은 2015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국무부 부장관으로 북한 및 이란 핵문제 등에 관여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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