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하성용(66) 사장의 측근이 대표로 있는 협력업체에 KAI가 일감을 몰아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KAI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하 사장의 개입 여부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16일 KAI의 협력업체들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하 사장의 핵심 측근인 조모(62)씨가 2014년 1월 대표에 오른 항공기 부품업체 T사의 설립배경과 KAI의 지원과정을 수개월에 걸쳐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T사와 함께 KAI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또 다른 협력업체도 조사하고 있다.
항공기 센서장비 등을 납품하는 KAI의 기존 협력업체 W사 직원 상당수가 하 사장이 KAI 사장으로 돌아온 2013년 12월 돌연 사직서를 내고 그 시기에 설립된 T사로 이직했다. 몇 개월 뒤인 2014년 하 사장의 ‘심복’으로 불릴 정도로 각별한 사이인 조씨가 T사 대표에 오르자, KAI 협력업체들 사이에선 “하 사장의 노골적인 측근업체 밀어주기”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로 조씨는 KAI는 물론이고 하 사장이 몸담았던 대우중공업과 성동조선해양에서도 함께 일하며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하 사장이 2011년 8월 성동조선해양 사장으로 부임할 때는 조씨에게 경영관리본부 전무라는 중책을 맡기기도 했다.
결국 W사는 2014년 4월 장비를 납품할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방산업체 지정취소를 당했고, 그 자리를 T사가 차지했다. T사는 설립 첫 해인 2014년 매출 39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92억원으로 급성장했다. KAI 사정에 밝은 방산업체 대표는 “비자금 추적을 한다면 조씨는 당연히 검찰에 불려 나와야 될 인물”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W사 대표를 불러 T사와 조씨의 각종 의혹에 대해 상세히 조사했다.
검찰은 또 KAI가 수출계약 등을 적극 지원해 주목을 받았던 Y사도 들여다보고 있다. 하 사장이 밀어주는 업체로 알려진 Y사는 T사 지분 60%를 보유했으며, Y사 대표는 하 사장과 같은 대우그룹 출신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KAI가 특정 협력업체들에 일감을 몰아주는 과정에 하 사장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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