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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식량안보에 사활 건 중국

입력
2017.07.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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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의 슈퍼돼지. 옥자 스틸 이미지
옥자의 슈퍼돼지. 옥자 스틸 이미지

돼지고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중국에는 영화 ‘옥자’에 나오는 슈퍼돼지가 실제로 있다. 국내 연구진과 중국 옌볜(延邊)대 연구진이 공동으로 개발한 이 돼지는 근육량이 20%가량 많아지고 지방은 거의 없다. 일반 돼지보다 성장도 빠르고 영양분도 더 풍부하다. 중국에선 이미 2006년에 사람 유전자를 주입시켜 사람의 모유와 똑같은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를 만들어냈다. 중국은 유전자 관련 임상연구 규모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일 정도로 유전공학 분야에선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자국의 대형 국유화학업체인 중국화공그룹(Chemchina)이 스위스의 농약ㆍ종자 대기업 신젠타 인수를 사실상 확정짓자 “미래 식량안보의 든든한 원군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젠타는 세계 3위의 종자기업이자 세계 1위의 농약 생산업체다. 이 거래 성사를 위해 무려 430억달러(약 50조원)가 투입됐다.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ㆍ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은 전 세계 식량안보를 명분으로 중국의 신젠타 인수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가 95억명을 넘고 이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지금보다 70%의 식량이 더 필요하다. 중국은 인구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14억명에 육박하는 인구를 먹여 살리는 문제가 간단치 않다. FAO에 따르면 1997~2012년 중국의 쌀과 밀 재배면적은 각각 12.5%, 16.5%가 줄었다. 중산층이 증가해 농경지가 고기ㆍ유제품 생산을 위한 목축지로 바뀌었고 지방정부들이 세수 확보를 위해 공장부지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4년에 식량 순수입국이 됐고 현재는 세계 1위의 대두 수입국이자 세계 7위의 옥수수 수입국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14년 초부터 농업분야 구조 개혁에 본격 나섰다. 농업생산성 개선과 농경지 유실 최소화가 두 축이다. 특히 농업생산성과 관련해선 종자 개량과 안정적인 공급 루트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전자변형(GMO)식품을 포함한 생명공학 분야에 대대적인 재정 지원을 천명했던 중국 정부는 3년만에 화공그룹을 통해 신젠타의 GMO 기술을 손에 넣게 됐다. 중국 기업들이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적 지원 아래 인수한 농업분야 외국 기업은 300곳이 넘고 이를 위해 지출한 돈은 910억달러(약 103조원)에 달한다.

‘식량 무기화’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비판과 우려에 귀를 막은 채 중국이 전 세계 종자기업들을 마구 사들이고 GMO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는 건 1950년대 후반의 끔찍했던 기억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다. 당시 대약진운동 기간 중 심각한 식량 부족으로 수천만명이 사망했던 일은 지금까지도 언급 자체가 금기시될 정도로 중국인들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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