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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 FBI 10년 숙원 물거품...트럼프의 복수?

입력
2017.07.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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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계획을 전격 취소한 워싱턴 시내의 42년 된 FBI 본부 건물(왼쪽 사진)과 FBI 로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계획을 전격 취소한 워싱턴 시내의 42년 된 FBI 본부 건물(왼쪽 사진)과 FBI 로고.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대한 복수인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0년 가까이 추진해온 숙원 사업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단번에 좌절시켰다. 42년 전에 지어진 워싱턴DC의 낡은 본부 건물을 민간에 매각하고 대신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혹은 버지니아주에 대규모 부지를 마련하고 새 청사를 지어 옮겨가려던 계획이 최근 백지화됐다.

미 연방 총무부(GSA)는 12일 워싱턴 한복판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935번지 ‘제이 에드거 후버(J. Edgar Hoover)’ 빌딩 재개발 계획의 폐기를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정권 취임 직후부터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주도로 추진되어온 계획이 돌연 무산된 것이다. 메릴랜드주의 그린벨트와 랜도버, 버지니아주의 스프링필드 등 FBI 청사 유치를 위해 경쟁하던 워싱턴 인근 도시도 날벼락을 맞게 됐다.

백지화 이유에 대해, GSA는 예산부족과 예산절감을 내세웠다. “워싱턴 인근에 19만㎡(5만9,000평) 규모의 첨단 건물을 짓는데 필요한 총 20억달러(약2조2,500억원) 가량의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워싱턴의 많은 정치인은 다르게 생각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돌연한 결정으로 FBI 청사를 지역구로 유치하려던 계획이 좌절된 제럴드 코널리(민주ㆍ버지니아) 하원의원은 “트럼프가 FBI에게 복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예산절감을 위해 계획을 폐기했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예산 낭비가 심해졌다는 반론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계획 철회로 연방정부는 FBI의 1만1,000여명 직원의 업무공간 마련을 위해 워싱턴 시내 20여개 빌딩에 매년 4,000만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1975년 지어진 본부 건물은 협소할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물이 새고 외벽 콘크리트가 부서져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통합 청사를 신축해 FBI의 복잡하고 방대한 국가안보 업무를 효율적으로 통합ㆍ관리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며 “결과적으로 트럼프 정부가 미국 안보에 해를 끼치는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으로 피해를 본 인물과 집단이 누군지 살펴봐도 트럼프 대통령 의중을 짐작할 수 있다. 미 언론은 최대 피해자로 FBI 직원과 해임 직전까지 신청사 계획을 밀어붙이던 코미 전 국장을 지목하고 있다. 코미 전 국장이 주도하고 대부분 FBI 직원이 지지하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에 불만을 품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감정’이 개입된 결정이란 분석이다.

간접 피해자 역시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이다. 당초 FBI 청사 이전 장소로 거론된 지역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이 지역구인 곳이다. 또 우리에게는 ‘한국 사위’로 통하는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도 같은 공화당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는 오래전부터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워싱턴 관계자는 “FBI 국장 내정자(크리스토퍼 레이)가 상원 청문회를 미처 통과하지 않은 과도기적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속전속결 방식으로 FBI에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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