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재판 생략…국토안보부 불법이민자 추방권한 확대 방안 검토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국토안보부(DHS)의 불법 이민자 추방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입수한 13쪽짜리 DHS 내부 메모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이민재판 절차 없이 즉각 추방할 수 있는 불법 이민자의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 현재 내부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04년부터 적용되고 있는 현행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남쪽 멕시코 국경으로부터 160㎞ 이내 지역에서 체포된 불법 이민자 가운데 미국 체류 기간이 2주 미만일 경우 이민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추방할 수 있다. 새 방안은 그 기준을 미국 전역과 90일 미만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 방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국토안보부는 미국 체류 기간 90일 미만인 불법 이민자는 미국 전역 어디서든 체포해 이민재판 없이 즉각적으로 추방할 수 있는 셈이다. WP가 인용한 미 정부 관리 2명은 이 정책 시행에는 의회 승인이 필요 없으며, 메모가 지난 5월 백악관에서 회람되는 등 현재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WP는 새 가이드라인이 확정돼 시행될 경우 이는 국경안보를 최우선 순위로 삼는 트럼프 정부에서 불법 이민자 추방을 본격적으로 가속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국경경비인력 5,000명을 충원 계획을 내놓고,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지 않는 ‘피난처 도시’에 대한 처벌 강화책을 공개하는 등 공세적인 이민자 추방정책을 펴고 있다.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불법 이민자 추방 건수는 전년 대비 37.6% 증가했다.
조앤 탤벗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사실 확인 요청에 대해 “자신은 해당 메모를 직접 보지 못했다면서 그 메모는 단지 초안일 뿐이며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이 그것에 관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민자 권리 옹호 단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리 겔런트 ‘미국 시민자유연합 이민자 권리 프로젝트’ 부대표는 WP에 “국토안보부의 권한 확대는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일단 시행되기 시작하면 대규모 추방이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