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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사오보 사망으로 드러난 ‘중국 인권’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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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사오보 사망으로 드러난 ‘중국 인권’의 민낯

입력
2017.07.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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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샤오보의 부인 류샤(가운데)가 15일 남편의 영정 사진을 들고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선양=AP 연합뉴스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가운데)가 15일 남편의 영정 사진을 들고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선양=AP 연합뉴스

중국의 반체제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의 사망으로 중국 내 인권탄압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노벨평화상 수상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편협함에다 해외치료 요구 불허, 부인에 대한 장기간 가택연금, 사망 이틀만의 화장 처리, 극심한 언론통제 등으로 중국은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에 전혀 걸맞지 않은 인권 후진국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하던 류샤오보가 지난 13일 사망한 이후 중국 당국은 그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총력전을 펴는 듯한 모습이다. 사망 이틀 만에 시신을 화장한 뒤 유해를 바다에 수장한 게 단적인 예다. 가족과 지지자들이 그를 직접 추모할 물리적인 공간을 남겨두지 않은 것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추모 공간이 이후 중국 민주화운동의 주요한 유적지가 될 것을 우려한 당국의 행태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류샤오보의 견해에 반대해온 형 류샤오광(劉曉光)을 앞세워 “인도적 배려에 감사하다”는 얘기를 끌어냈지만, 미망인 류샤(劉霞)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은 유해를 베이징(北京) 집으로 가져가고 싶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은 모든 장례 절차도 철저히 통제한 채 서둘러 진행했다. 이 때문에 류샤오보의 지인들과 친지들 상당수가 15일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고, 2010년 그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한 노벨위원회 위원장의 참석도 불허됐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의 동아시아 지역 담당자 니콜라스 베클린은 트위터에 류샤가 참석하지 않은 류샤오광의 기자회견을 “가장 잔혹하고 냉담한 쇼”라고 비판했고, 류샤오보 부부와 친분이 깊은 반체제 인사 후자(胡佳)는 “류샤오보가 장례 기간에도 자유롭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중국의 언론 통제 방식은 상식 이하라는 얘기가 나올 만한 수준이다. 대변인 브리핑 때 나온 질의ㆍ응답을 매일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외교부는 류샤오보 관련 질의ㆍ응답은 일체 배제했다. 이에 대한 외신들의 지적에는 “언론사가 보도할 이슈를 선택할 권리가 있듯이 우리에게도 선택권이 있다”고 강변했다. 포털사이트와 검색엔진은 물론 사적 영역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모바일 메신저 등에서도 류샤오보 관련 정보를 모두 삭제하거나 전송을 차단했다.

중국 당국은 그나마 류샤의 신변 문제를 걱정하는 국제사회를 조금은 의식하는 듯하다. 국제사회는 류샤오보의 생애 마지막 소원이었던 류샤의 해외 출국 허용을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있다. 지인들은 2010년부터 가택연금 상태였던 류샤가 지난해 부친의 사망과 지난 4월 모친 사망에 이어 남편까지 잃은 터라 극심한 좌절감과 우울증에 시달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류샤의 해외이주 가능성에 대해선 함구한 채 “중국 시민으로서의 합법적 권리를 보장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홍콩 명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류샤는 현재 선양을 벗어나는 것이 금지된 가택연금 상태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권탄압 논란에 대해 중국 당국은 관영매체들을 앞세워 정면대응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해외 추모 물결을 겨냥해 “아무리 포장해도 류샤오보가 국가전복선동죄를 저지른 범죄자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 “인권 관념은 서구사회가 중국을 공격하는 과정에 사용하면서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류샤오보의 사망을 전후해 전반적인 통제를 강화한 건 그의 죽음이 인권 신장과 민주화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시진핑(習近平) 2기 체제가 출범할 10월 말 제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류샤오보의 죽음은 지도부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감수한 채 당분간 류샤오보와 관련한 통제를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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