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려 보는 거냐” 시비 발단
소주병 깨서 휘두르며 폭행
시비 무관한 주변 사람들 피해
20대 피의자 “아무 기억 안나”
경찰, 살인미수 등 혐의 영장
15일 오전 3시 홍대 클럽의 ‘불타는 금요일(불금) 밤’은 토요일 새벽 악몽이 됐다. “째려본다”는 사소한 시비는 피가 튀기는 6분간의 무차별 흉기 난동으로 이어졌다. 시끄러운 노랫소리에 비명은 묻혔고, 그 짧은 시간 10여명의 피해자들은 상황 판단을 못한 채 속수무책 당했다.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는 피의자에겐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모(23)씨는 이날 0시30분쯤 일행 세 명과 함께 클럽을 찾았다. 친구 생일파티를 위해 모인 이들은 전날 오후 6시부터 소주와 맥주, 사케 등을 2차에 걸쳐 마셔 이미 거나하게 취한 상태였다. 해당 클럽은 나이 제한(1986년생 초과 시 입장 불가)을 둬 젊은이들 사이에선 ‘즉석만남이 가능한 곳’으로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다. 박씨 일행은 3개 층(지하2층~지상1층) 중 무대가 위치한 지하2층이 내려다보이는 지하1층에 자리를 잡고 3차 주종으로 양주를 시켰다.
일행이 무대로 가자 홀로 자리를 지키던 박씨는 오전 3시10분쯤 지상1층 흡연실로 향했다. 잠시 뒤 다른 손님 송모(20)씨 일행 세 명도 들어왔다. 박씨와 송씨 일행은 33㎡(10평) 남짓 공간에서 마주보게 됐고, 박씨가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며 담배꽁초를 던지면서 말다툼이 시작됐다. 송씨 일행이 자리를 피하며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3시18분, 송씨 일행이 흡연실에서 약 3m 벗어났을 때쯤 뒤따라온 박씨가 송씨 일행 중 한 명을 주먹으로 때렸고, 송씨가 박씨를 밀어 넘어뜨리며 다시 싸움이 시작됐다. 넘어져 있던 박씨는 옆에 있던 소주병을 깨서 손에 쥔 채 일어났고, 이를 본 송씨 일행은 도망쳤다.
1분 뒤 박씨가 휘두른 소주병에 가장 먼저 찔린 사람은 송씨 일행과는 아무 상관 없는 손님 정모(27)씨였다. 박씨는 무차별적으로 소주병을 휘두르며 11명의 목과 얼굴 등을 찔러 다치게 했고, 3명에게는 주먹을 휘두르며 폭행했다. 박씨 주변에 오가던 손님과 점원 20여명은 노랫소리가 커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데다, 술에 취해 흉기를 휘두르는 박씨의 광란을 제압하지 못하고 속수무책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모두 14명에 이른다.
3시20분 송씨 일행이 경찰에 신고하고, 2분 뒤 출동한 경찰이 박씨를 2분 만에 제압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출동 당시 박씨는 1층 출입문 안쪽에서 손님들과 대치 중이었다. 목을 크게 찔려 수술을 받은 정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당분간 수술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의료진 입장이다.
조사 결과 피의자 박씨는 군 제대 후 다니던 대학에 복학하지 않고 자퇴한 뒤 아르바이트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 전과는 없지만 평소 폭력성향이 있었는지 여부는 조사 중이다. 박씨는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클럽 내부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볼 때 증거관계가 명백하고 범죄 사실이 중대하다고 판단돼” 박씨에 대해 살인미수∙특수상해∙특수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박씨가 난동을 부린 당일 술집과 클럽이 밀집한 홍대 인근에 접수된 사건 신고는 187건. “대부분은 음주 관련”이라는 게 경찰 설명이다. 불금 문화의 어두운 단면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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