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47) 축구대표팀 감독은 9월에 있을 우즈베키스탄 원정 기간을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한국은 8월 31일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 홈경기에 이어 9월 5일 우즈벡과 마지막 원정 경기를 치른다. 만약 한국이 이란을 이기고 그날 우즈벡이 중국 원정에서 패하면 자동으로 한국의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이 확정된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으면 본선행은 우즈벡에서 결정 난다.
대한축구협회와 신 감독은 우즈벡 원정 기간을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원정 때는 최대한 빨리 현장에 들어가 적응력을 키우는 게 상식이다. 통상 1시간 시차 적응에 하루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고려하면 우즈벡은 4시간 시차이니 이란과 홈경기를 마치고 바로 날아가는 게 맞다.
하지만 우즈벡의 훈련 환경이 중동 못지않게 열악하다는 점이 변수다. 최강희(58)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2년 9월 타슈켄트에서 벌어진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전이 대표팀의 최근 우즈벡 원정 경기였다. 당시 동행 취재했던 한국기자들은 최강희호의 갖은 고생을 바로 옆에서 봤다. 우즈벡 축구협회가 제공한 훈련장 잔디는 길이가 들쭉날쭉하고 흙도 고르지 못해 연습 도중 발목이 삐끗하는 선수가 속출했다. 급하게 바꾼 훈련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 당일 파크타코르 스타디움 잔디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밟아 보니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물러 넘어지는 선수가 속출했다. 이런 경우 스터드가 긴 축구화를 신어야 하는데 국내에서 신던 축구화만 하나 달랑 가지고 갔던 A선수는 빙판에서 경기하듯 연신 미끄러져 엄청난 비난을 들었다. 한국은 기성용(28ㆍ스완지시티)의 자책골까지 나오며 고전 끝에 2-2로 비겼다. 최강희 감독과 황보관 당시 기술위원장이 우즈벡을 떠나며 “다음에 한국에 오면 두고 보자”고 이를 부득부득 갈 정도였다.
축구협회는 신 감독에게 이런 점을 설명한 뒤 우즈벡에서 ‘훈련장 찾아 삼만리’를 하지 말고 3일에 출국해 4일 하루, 공식 훈련만 한 뒤 5일에 곧바로 실전에 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신 감독도 처음엔 ‘OK’했지만 다시 마음을 바꿔 1일 출국을 요청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현지 훈련장 사정이 좋지 않더라도 최대한 적응 기간을 늘리는 게 낫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축구협회는 서둘러 항공편을 이틀 앞당겼다.
이번의 경우 두 가지 선택지 다 장단점이 있다. ‘어느 쪽이 맞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누구 말마따나 ‘결과가 좋으면 정답이고 틀리면 오답’이다.
한국은 우즈벡과 역대 전적에서 10승3무1패로 압도적 우세지만 원정에서는 1997년 10월 프랑스 월드컵 최종예선(5-1) 이후 승리 없이 무승부만 두 번이다. 신 감독의 선택이 20년 만에 우즈벡 원정 승리로 이어질 수 있을까.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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