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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루사 ‘윌리엄스 자매 강점기’에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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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루사 ‘윌리엄스 자매 강점기’에 마침표

입력
2017.07.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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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비녜 무구루사(24)가 1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가르비녜 무구루사(24)가 1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역대 우승자 명단에 너무 많은 ‘윌리엄스’들이 보인다. 이젠 내 이름을 그 자리에 올리겠다.”

가르비녜 무구루사(24ㆍ스페인)는 윔블던 여자단식 결승전 비너스 윌리엄스(37ㆍ미국)와의 경기를 앞두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서리나ㆍ비너스 자매를 롤 모델로 삼았다던 그가 20여 년간 이어온 자매의 여자 테니스 지배를 끊어내겠다는 것이다. 서리나가 1999년 US오픈, 비너스가 2000년 윔블던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오늘날까지 두 자매는 테니스 계를 독점하고 있다. 윔블던에만 한정하더라도 둘은 우승 12회, 준우승 6회를 합작했다. 이 대회에서 자매가 나란히 결승에 올라 맞붙은 적도 4번이나 된다.

무구루사의 호언장담은 현실이 됐다. 그는 1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여자단식 결승에서 비너스 윌리엄스를 세트스코어 2-0(7-5 6-0)으로 제압하고 우승상금 220만 파운드(약 32억4,000만원)를 손에 넣었다. 팽팽하게 진행된 1세트와는 달리 2세트에서는 힘이 빠진 비너스를 매섭게 몰아붙이며 26분만에 세트를 마무리 지었다. 테니스 사상 윌리엄스 자매 모두에게 메이저 대회 결승전 패배를 안긴 이는 무구루사가 처음이다.

이로써 그는 1994년 콘치타 마르티네스 이후 23년 만에 윔블던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스페인 선수가 됐다. 마르티네스는 이번 대회에서 무구루사의 코치 석에 앉아 제자의 우승을 지켜봤다. 23년 전 마르티네스의 결승전 제물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 역시 당시 37세의 테니스 영웅이었다.

이번 시즌 서리나가 출산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여자 테니스 계에는 새로운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1997년생에 시드도 받지 못 하고 프랑스 오픈에 출전한 옐레나 오스타펜코(20ㆍ라트비아)가 생애 첫 타이틀을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어 열린 윔블던은 14번 시드를 받고 출전한 무구루사의 몫으로 돌아갔다. 비너스와 윌리엄스가 37세와 36세로 하락세를 보이는 사이 ‘춘추전국’ 양상이 펼쳐졌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선수는 무구루사다. 마리아 샤라포바(30ㆍ러시아)는 지난해 약물 양성 반응으로 1년 이상 공백기를 가지며 랭킹 180위권으로 밀려난 상태다. 지난해 US오픈에서 우승하며 서리나를 왕좌에서 끌어낸 안젤리크 케르버(29ㆍ독일)는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며 카롤리나 플리스코바(25ㆍ체코)에게 1위 자리를 빼앗겼다.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오스타펜코는 경기 운영 능력에서 미숙함을 드러내며 이번 대회 8강에서 짐을 쌌다. 이런 가운데 통산 타이틀 4개 중 2개를 메이저에서 따낸 무구루사가 한 발 앞서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관건은 무구루사가 윔블던 승리의 성취감에서 하루 빨리 벗어날 수 있는지 여부다. 그는 지난 해 4월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때까지 단 하나의 타이틀도 따내지 못했다. 이를 의식한 듯 무구루사는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쉽진 않겠지만, 최대한 빨리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랜드 슬램에서 우승 한 뒤, 모든 대회에서 그런 경기를 선보이려고 욕심부리면 역효과가 난다”며 “내 자신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지 마고 최대한 차분하게 대회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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