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유일한 여성 수학자 마리암 미르자카니 전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15일(현지시간) 유방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40세.
스탠퍼드대는 이날 “여성으로서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필즈상 수상자인 미르자카니가 오랜 투병 끝에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란 출신의 미르자카니는 기하학의 난제 중 하나인 모듈라이 공간을 해석한 ‘리만 곡면의 역학ㆍ기하학과 모듈라이 공간’ 논문으로 2014년 8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을 받았다. 수학자들이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여기는 필즈상은 1936~2014년 사이 56명에게 주어졌는데, 여성 수상자는 미르자카니뿐이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6년 세계 최고권위 학회인 미국 국립과학원(NAS)의 회원으로 초청된 첫 이란인 여성이 됐다.
1977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태어난 미르자카니는 청년기부터 수학에 관심을 품고 친구인 로야 베헤슈티와 함께 공부한 끝에 1994년 17세 때 이란 여학생으로서는 최초로 세계수학올림피아드 대표선수로 선발됐다. 이 대회에서 42점 만점에 41점을 받아 금메달을 획득했고 이듬해에도 같은 대회에서 만점으로 금메달을 수상, 단숨에 세계적인 ‘수학 천재’로 떠올랐다. 이후 1999년 테헤란 샤리프기술대학에서 수학 학사학위를 취득한 뒤 2004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클레이수학연구소 연구원, 프린스턴대 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스탠퍼드대에서 교수를 지냈다. 그러나 4년 전 암이 발병해 투병해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모하마드 자비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깊은 슬픔”을 표현하며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고 동료 미국계 이란인 수학자 피로즈 나데리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 개의 빛이 꺼졌다”고 탄식했다. 마크 테시어라빈 스탠퍼드대 총장은 “천재적인 수학이론가이자 자신의 영광을 후대의 나아갈 길을 닦은 것으로 받아들인 겸손한 인물”이며 “수만명의 후대 여성들에게 수학과 과학의 길을 갈 수 있는 영감을 주었다”고 추모했다. 유족으로 남편인 체코 출신 과학자 얀 본드락과 딸 1명이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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