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랑 이야기 공모전’ 시상
특별상 받은 시각장애 정은우군
“평생에 남을 특별한 시간”
“엄마, 마음이 엄청 뿌듯하고 좋아요.”
앞이 보이지 않는 초등학교 4학년 정은우(11)군은 15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어머니가 선물한 장난감을 크레용으로 그렸다가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날 시상식에 참여해 주변 도움을 받으며 연단에 오른 은우군은 “평생에 남을 특별한 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군은 4년 전 야외수영장 물에 빠져 있다 구조돼 열흘간 의식을 잃었다. 기적적으로 의식이 돌아왔지만 시각장애1급과 뇌병변으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그런 정군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는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에 등장하는 캐릭터 ‘윙라이온’이다. 장난감이 워낙 고가(최고가 10만원대)라 가격이 떨어지길 1년 가까이 기다렸다는 정군은 올해 드디어 어린이날 선물로 받았다.
그 장면을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까지 담아 ‘최고의 생일선물’이라는 그림 작품으로 남겼는데, 공모전 심사위원들 눈에 든 것이다. 어머니 이소현(45)씨는 “완성도가 있는 그림이 아닌데도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문화·한부모·저소득 가정서
성장하는 초중고생 등 응원
이날 고려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가족사랑 이야기 공모전’ 시상식은 정군 외에도 각자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성장하는 청소년들이 소개하는 가족 얘기로 가득했다. 공모전은 청소년들을 격려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자는 취지로 고려대경제인회가 주최하고, 한국일보가 후원,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이 주관했다. ‘가족과 함께 한 자랑스러운 모든 이야기’를 주제로 서울 시내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수필·그림·사진·동영상 부문에 걸쳐 응모를 받았는데 한 달여 동안 359점이 모였다.
심사 결과 예지현(10)양의 그림 ‘손잡은 우리가족’이 영예의 대상을 차지, 250만원 상당의 제주도 2박 3일 가족여행권 및 경비를 부상으로 받았다. 예양은 “가족이 함께 강강술래를 하는 모습을 표현했다”며 “나중에 커서 고려대에서 미술을 배워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외 최우수상(4명) 특별상(2명) 등 76점이 수상 작품으로 선정됐다.
수상자 중에는 다문화, 한부모, 다자녀, 저소득가정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청소년이 많았다. 전시장에는 ‘아버지 이대로라도 괜찮으니 오래 살아요’ ‘우산 같은 엄마처럼 다른 사람의 우산이 되고 싶어요’ 등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한 중학생은 알코올 중독과 가정폭력으로 떨어져 지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래도 내게는 아버지’라는 수필을 응모해 지켜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승명호 고려대경제인회 회장(한국일보 회장)은 “이번 행사야말로 고려대경제인회의 모토인 ‘열심히 일하여 사회에 공헌하자’는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봉사활동”이라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꿈과 용기를 얻고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상식을 마친 가족들은 고려대 학생들 안내로 고려대 캠퍼스를 돌아본 후, 롯데그룹 협찬으로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및 아쿠아리움을 관람하며 가족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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