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수석 민정비서관 근무시기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관련 메모를 작성한 시점이 2014년 8월로 추정되는 정황이 있다고 청와대가 16일 밝혔다. 당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진 지 석 달 뒤로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이 본격화하던 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처음으로 독대하기 한 달 전이기도 하다. 다만 메모 작성자와 작성 시점에 대한 최종 판단은 검찰 조사를 거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전 정부 청와대가 생산한 메모가 2014년 8월로 추정되는 정황이 있다”며 “자필 메모라 작성 시점이 없지만 그 때가 맞는다는 정황이 있어 특별검사에게 관련 자료를 함께 넘겼다”고 말했다.
2014년 8월은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특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그 해 9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첫 독대하면서 승마협회 전담과 선수지원을 권유했다.
청와대의 설명한 메모 작성 시점이 맞는다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관여하기 시작한 이후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이 이뤄지고, 이후 국민연금의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찬성으로 이어졌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청와대는 앞서 14일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지원 방안을 검토한 내용을 담은 문건을 발견한 사실을 공개했다. 특히 청와대 인사가 작성한 자필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모색’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등이 적혀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승계를 위한 핵심장치라는 의혹을 받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해석됐다.
특히 메모 작성 시점으로 추정되는 2014년 8월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재임하던 시기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민정비서관을 하다 이후 민정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청와대는 “메모 작성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문건과 메모를 300여 종을 사정부문 캐비닛에서 발견했다는 점에서 우 전 수석이 작성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우 전 수석이 해당 메모를 작성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민정비서관실을 총괄하는 선임 비서관이었던 당시 위치를 감안하면 메모를 작성한 상황과 당시 삼성을 둘러싼 각종 논의 과정 등을 알았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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