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유통되는 화장품에 제품 성분이 표시돼 있어도 정부가 이 정보를 취합해 관리할 경우 기업의 영업상 비밀에 해당해 공개해선 안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김정중)는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회사 19곳이 식품의약품 안전처장을 상대로 “식약처가 보유한 정보를 공개하지 말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식약처는 지난해 10월 화장품법에 따라 매년 화장품 회사들로부터 보고받는 제품의 원료 목록인 ‘화장품별 원료 및 성분 데이터’를 공개해달라는 A씨 요청을 받고 공개 결정을 내렸다. 당초 비공개 결정을 내렸지만 A씨가 이의 신청을 하자 “해당 정보가 이미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에 표시돼 있어 비공개 정보로 볼 수 없다”고 판단을 뒤집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회사들은 식약처의 공개 처분이 위법하다고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정보가 영업상 비밀이 맞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식약처가 보유한 정보는 약 18만여 품목에 달하는 화장품 원료로 방대한 양의 자료”라며 “간단한 분류 작업만으로도 특정 회사 제품의 원료 배합 경향을 알 수 있는 등 손쉽게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를 공개하면 경쟁사가 유사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되는 등 다른 화장품 회사들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식약처가 취합한 정보와 개별 제품에 표시된 정보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식약처가 보유한 정보는 ‘빅데이터’로 다양한 활용 가능성이 있다”며 “개별 화장품에 표시된 정보의 단순한 합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지니는 별개의 정보”라고 밝혔다. 또 “개인이 화장품마다 기재된 정보를 수집해 식약처 정보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이를 이미 공개된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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