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및 독일 공식 방문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으로 외교 데뷔전을 치렀다. 취임 두 달 만에 4강 정상외교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다자외교 무대에도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순방은 6월 28일부터 7월 10일까지 3일간 서울에 머문 것 빼고는 워싱턴-서울-독일을 오가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또 첫 해외 순방이었기에 취재진 규모만큼이나 화제도 많았다. 순방 취재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현지에서의 뒷얘기를 나누기 위해 청와대와 여당 출입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불타는 청춘(불청)=이번 순방에 기자단은 몇 명이나 동행했나요.
고구마와 사이다(사이다)=대통령 전용기에는 펜과 영상ㆍ카메라 기자 포함해 모두 80석 정도의 기자석이 마련돼 있습니다. 동행 인원 수가 이 수준을 넘으면 민항기를 타고 현지에서 합류해야 합니다. 지난번 미국 방문 때 그런 경우가 있었고. 이번 G20 순방 때는 대부분 전용기로 이동했습니다.
불청=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내부 사진을 최근 청와대가 공개하면서 궁금증도 커졌는데 전용기에는 누가 타나요.
사이다=대통령과 수행원단, 기자단이 탑승하게 됩니다. 수행원단에는 청와대 직원도 있지만, 각 부처 장관과 장관을 보좌하는 공무원들도 포함되고요.
여의도 구공탄(구공탄)=개그맨 김영철씨가 비즈니스석에서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과 나란히 앉아 찍은 사진이 회자되기도 했죠.
사이다=처음에 기자들도 의아해했죠. 김영철씨가 ‘여기, 왜?’ 이러면서. 알고 보니 재독 동포 행사 진행을 맡았다고 하더라고요. 미국 순방 때는 개그우먼 김미화씨가 동포 행사 사회를 봤고.
구공탄=공군 1호기인데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에는 대한항공 승무원도 보이던데.
사이다=기장은 공군이 맡지만 전세기라 스튜어드나 스튜어디스 역할은 대한항공이 파견한 승무원과 공군이 나눠 하더라고요. 전용기 파견 승무원 인사발령은 회사에서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여의도 탐구생활(탐구생활)=순방 취재 기자단의 탑승과 입국 절차는 민항기 탈 때와 다른가요.
사이다=일반공항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 빼고는 출입국 절차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출입기자들은 핸드캐리하는 짐이 아닐 경우 하루 전날 부치더라고요. 내용물 사전 점검 차원이라고.
구공탄=미국 방문 때는 문 대통령의 기내 기자간담회 때 발생한 난기류 상황이 논란이 됐죠.
사이다=간담회는 기자단 요청에 따른 것이었고, 동승한 기자단 규모가 커 공간이 마땅치 않자 문 대통령이 서서 마이크를 잡고 얘기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하필 난기류 안내방송이 나온 거죠. 경호실장이 만류했는데도 문 대통령이 간담회를 계속 하자고 했고, 그 사이에 난기류를 벗어난 겁니다. 아마 옆에 있는 수행원들이 더 놀랐던 듯.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공수부대 출신 대통령의 경력이 다시 한 번 부각되는 계기였죠. ^^
탐구생활=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공식사진이 아닌, 대통령의 회의하는 모습, 참모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등을 자연스럽게 찍은 이른바 B컷 사진들이 많이 공유되더라고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생각난다는 댓글도 많았고.
사이다=박수현 대변인이 많이 찍더라고요. 딱딱하게 느껴지는 외교전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한 장점이 있다는 평가가 많았고요.
불청=박 대변인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컵라면 먹는 사진도 화제가 됐죠.
사이다=수행원단이나 기자단이 식사를 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특히 기자들은 시차 때문에 한국의 마감시간을 맞추려면 이중고를 겪어야 했죠. 수행원들도 즉석에서 준비해야 하는 회담 관련 사안들이 많아 강 장관처럼 컵라면을 집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불청=미국 방문 때는 특히 공동성명이 안 나와서 고생을 했죠.
사이다=정상회담ㆍ확대회담이 한국시간 밤 9시 15분 시작해 새벽 0시 15분 양국 정상이 공동 언론발표를 하는 일정이었어요. 원래는 공동성명 초안을 밤 10시쯤 미리 받아 기사를 작성키로 했는데 이게 미뤄지면서 애를 태웠죠. 이후 공동성명은 안 나왔는데 로즈가든에서 열린 언론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에 대한 얘기를 마구 쏟아냈거든요.
불청=이 바람에 당초 만찬 분위기로 미뤄 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했다가 혹시 문제가 생겼나 하는 의구심이 커졌죠.
사이다=네. 기사 마감 후에도 제대로 쓴 게 맞는지 찜찜한 마음에 한숨도 못 자고 기다려야 했죠. 백악관이 결재를 미루는 바람에 공동성명은 회담이 끝난 뒤 7시간 반 만에야 나왔는데, 다행히 양국 정상이 충돌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안도하게 된,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탄 하루였죠.
구공탄=G20 정상회의가 열린 함부르크에서는 반대시위 때문에 주변 분위기가 살벌했다는 소식도 들려오던데.
사이다=외신을 통해서야 물대포 쏘고 그런 상황이 있는 줄 알았어요. 다만 기자단 버스로 이동하는데 시위대 때문에 길이 계속 막히더라고요. 문 닫은 상점이 많은 데다 경찰차가 계속 지나다니고 하늘엔 헬기가 떠 있는 등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기자단이 묵은 숙소에 미국 틸러슨 국무장관이 묵는 바람에 경비가 더 삼엄했죠. 비표를 3개나 목에 걸고 다녀야 했다는. ^^
탐구생활=함부르크 첫 일정인 한미일 정상 만찬 취재를 갔다가 3시간 가까이 감금 아닌 감금을 당해야 했다던데.
사이다=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함부르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 들어갔는데 지붕에 스나이퍼도 보이고 경비가 삼엄하더군요. 영사관 내로 들어가 일본 기자들과 만찬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데, 펜 기자들은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더라고요. 확인해보니 미국 국무부에서는 기자들이 취재하는 것을 감안한 일정을 짰는데, 현장에서 백악관 경호팀이 더 통제를 했던 것으로 들었습니다. 경비가 삼엄해 들락날락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고 기왕 왔으니 한마디라도 들어야겠다 싶어서 만찬이 끝날 때까지 남았는데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죠. ㅠㅠ
탐구생활=G20에서 문 대통령에 회담 요청이 쇄도했다고 하던데.
사이다=가장 인기 있는 정상이 문 대통령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었다고 합니다. 촛불혁명을 통해 당선된 대통령이라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설명하고요. 국제기구 수장 포함해 양자회담만 10개가 열렸고, 시간 때문에 못한 회담이 8개나 된다고 합니다. 캐나다 트뤼도 총리의 경우 잠시라도 보자고 요청해 세션 중 잠시 나와 소파에서 5분간 번개 회동을 갖기도 했죠.
불청=첫 순방에 대한 소회나 평가는.
사이다=자잘한 설화가 있긴 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무난한 외교무대 데뷔였다고 생각합니다. 순방 이전에 제기된 우려들을 어느 정도 씻을 수 있었던 것 같고.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가 2개월 만에 한반도 주변 4개국 정상들을 만나서 외교활동을 벌인 것 자체가 성과 아닐지. 다만 미국이 한미 FTA 개정 협상 요구를 해 온 것처럼 문 대통령이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게 확인하고 들어왔으니 앞으로 이를 어떻게 잘 풀어내느냐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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