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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어가고 있다”… 생존 위협받는 환경운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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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어가고 있다”… 생존 위협받는 환경운동가들

입력
2017.07.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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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온두라스의 환경운동가 베르타 카세레스가 괴한에 의해 살해되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주멕시코 온두라스 대사관 앞에 카세레스의 사진과 함께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촛불과 꽃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모습. 멕시코시티=AP 연합뉴스
지난해 3월 온두라스의 환경운동가 베르타 카세레스가 괴한에 의해 살해되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주멕시코 온두라스 대사관 앞에 카세레스의 사진과 함께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촛불과 꽃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모습. 멕시코시티=AP 연합뉴스

전 세계서 한 주 평균 4명 환경운동가 살해돼

5년 전보다 2배… 올해 5월까지만 무려 98명

세계화 맞물려 개발세력ㆍ환경운동 충돌도 급증

‘천연자원 눈독’ 정부-기업-범죄조직 ‘커넥션’도

“정부의 부패해결 노력 있어야 안전문제도 해결”

“온 세계의 환경운동가들은 위험에 직면해 있다.”(존 녹스 유엔 인권ㆍ환경 특별조사위원)

지난해 3월 3일 온두라스의 대표적인 환경운동가 베르타 카세레스(당시 43세)가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지구촌 곳곳에서 신변위협에 노출돼 있는 환경운동가들의 생존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평생 동안 환경운동과 토착민보호에 앞장선 공로로 2015년 풀뿌리 환경운동가에게 주어지는 골드만환경상을 받기도 했던 카세레스는 온두라스 라에스페란사에 있는 자택에 침입한 무장 괴한들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당시는 그가 수력발전용 댐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이던 시기였다. 엄마의 길을 따라 환경운동의 길로 들어선 그의 두 딸, 베르타 주니가(26)와 로라 카세레스(24)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베르타는 최근 세 명의 괴한으로부터 무장 공격을 받았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고, 로라는 이미 위협을 피해 망명생활을 하는 중이다.

14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주일 평균 4명의 환경운동가가 살해되고 있다. 5년 전에 비해 무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2015년 185명, 지난해 200명에 이어 올해에는 5월까지만 무려 98명이 살해되는 등 최근 들어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영국의 비정부기구(NGO)인 글로벌위트니스(Global Witness)는 “실제 사망자 수는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환경운동가 살인 사건은 주로 외진 마을이나 깊은 밀림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채 은폐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전 세계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저항운동을 15년째 연구 중인 영국 카스 경영대학원 연구원 바비 배너지는 “실제 사망자 수는 아마도 (공식 집계보다) 3배쯤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화 흐름과 개발세력과 환경운동가 간 충돌도 지역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기 시작했다”며 “자본주의는 폭력적이고, 다국적 기업들은 빈국의 땅과 천연자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가난한 나라는 부패가 만연해 있고, 환경 관련 법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며 “기업과 정부가 손을 잡고 환경운동가들을 살해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글로벌위트니스는 2015년 브라질에서만 50명의 환경운동가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아마존은 살인사건이 잦은 대표적인 환경분쟁 지역으로 꼽힌다. 환경운동가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불법 벌목’에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 유통되는 브라질산 목재의 80%는 ‘비합법적으로’ 잘려진 나무들이다. 게다가 불법을 동원하는 목재회사와 부패 공무원은 범죄조직과도 커넥션을 맺고, 현지 주민들을 공포에 떨도록 만든다. 글로벌위트니스의 빌리 카이트 팀장은 “광물과 목재, 야자기름 등의 제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정부와 기업, 범죄조직이 원주민들을 무시한 채 땅을 점령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이후 온두라스에서 살해된 환경운동가들은 무려 120여명에 달한다. 대다수는 거주지를 지키고자 벌목이나 광산채굴 등을 막으려 한 평범한 사람들이다. 2009년 쿠데타와 함께 폭력 사태가 급증한 온두라스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로, 부패 정부는 수익 창출에 급급해하고 있다. 카이트 팀장은 “온두라스의 최대 원조국인 미국은 정부군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해서 탄압의 배후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온두라스에 2016년 한해 동안 1억달러의 원조금을 쏟아 부었는데, 이 돈의 일부가 환경운동가 탄압을 위한 비용으로 쓰인다는 얘기다.

온두라스에서 천연자원 사업 규제가 대폭 줄어든 것과 관련, 글로벌위트니스는 그 배후에도 미국이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대사관의 천연자원 발굴 관련 투자 확대 추진, 미국의 채굴 대기업 일렉트럼(Electrum)의 10억달러 투자계획 등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약소국의 천연자원에 대한 강대국과 대기업의 무분별한 투자부터 먼저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때문에 환경운동가들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려면 각국 정부가 환경보호 시스템은 물론, ‘부패 해결’을 통해 그들에 대한 위협을 낳는 뿌리 자체를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는 죽어가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우리를 도울 방법이 없다”(필리핀 불법 벌목 반대운동가 미셸 캄포스)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인 것이다.

구단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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