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서 개막… 오늘 퍼레이드
11개국 주한대사관 응원 메시지도
기독교 맞불집회 “동성애 반대”
국내 최대 성소수자 문화행사인 ‘퀴어문화축제’가 14일 서울광장에서 시작됐다. 편견과 선입견, 혐오로부터 자유롭게 즐기려는 참가자들로 광장이 가득 찼지만 이들이 넘어야 할 종교·보수단체들 시선은 여전히 존재했다. 경찰은 광장 주변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력을 투입, 양 측 충돌 등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했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는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나중은 없다, 지금 우리가 바꾼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축제의 막을 올렸다. 퀴어축제는 2000년 50여명 성소수자가 대학로에서 거리행진을 한 이후 올해로 18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15일 광장을 출발해 명동을 지나 한국은행을 찍고 돌아오는 ‘거리 퍼레이드’로 축제는 본격적인 절정에 달하게 된다.
개막식은 축하 공연으로 포문을 열었다. 퀴어축제 파티기획단장인 이든씨와 트랜스젠더 가수인 차세빈씨의 사회를 중심으로 가수 신승은, 프로젝트 그룹 MYQ 등의 공연이 진행됐다. 참가한 성소수자들은 각자 가진 성정체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환호했다. 3년 연속 축제에 참가한 장모(26)씨는 “이렇게 성소수자들이 공개적으로 모여 즐길 수 있는 자리가 18년 동안 이어져 오는 것은 너무 위대한 광경”이라며 기뻐했다. 이어서 주한 미국대사관을 비롯한 11개국 주한대사관들의 ‘응원 메시지’도 등장했다.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EU 대사는 “성소수자 여러분 모두를 응원한다”며 “게이든 레즈비언이든 이성애자든 모두 꿈을 가지고 그걸 이뤄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축제에 반대하는 이들도 광장 주변으로 모였다. 본격적인 행사 시작 전부터 샬롬선교회, 예수재단 등 보수 기독교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동성애 반대 기도회를 갖고, 축제에 참가하는 국가인원위원회와 축제 장소를 허용한 서울시를 비판했다. 대한문 앞에서 반대집회를 연 샬롬선교회 측은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엄마 아빠가 사랑해서 나를 낳았어요’라는 피켓을 올려두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예수재단 임요한 목사는 집회에서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위배되는 동성애 찬성 행위를 공공장소에서 한다는 것은 절대 안 될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15일에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 등 보수 기독교단체들이 구성한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가 오후 1시부터 예정돼 있다.
경찰은 이날 강화플라스틱 안전펜스를 서울광장 주변으로 설치하고, 퀴어문화축제 참가자와 맞불집회 참가자 사이에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6개 중대 180명 경력을 투입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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