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청와대 비우면서
컴퓨터 저장 자료 다 정리
발견된 건 모두 문서 형태
靑, 검찰에 발견 자료 제출
청와대가 14일 공개한 박근혜 정부 문서는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과정의 혼란 속에 민정수석비서관실 캐비닛에 방치돼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압수수색 하려다 번번히 실패한 검찰로서는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 셈이 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서가 발견된 캐비닛은 민정수석실에 있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민정수석실을 민정 부문과 사정 부문으로 나눠 사용했고, 새 정부에서는 민정 쪽 공간만 썼다. 박 대변인은 “7월 3일 민정수석실 인원이 보강돼 공간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캐비닛을 정리하다 자료를 발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문서가 캐비닛에 남아 있던 배경과 관련 “그 자료가 왜 거기 있었고 어떻게 작성됐는지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탄핵 과정에서 민정수석이 잇따라 바뀌면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문서의 존재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었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2016년 11월까지만 근무했다. 후임 최재경 변호사는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의 책임을 지고 한 달여만에 사퇴했다. 이어 조대환 변호사가 문재인 정부 출범 전까지 민정수석을 맡았다. 특히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청와대를 비우며 컴퓨터 저장 자료를 모조리 삭제했는데, 발견된 것은 모두 2~4년 전(2013년 6월~2015년 5월) 작성된 문서와 메모 형태다. 결국 민정수석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경황이 없어 인수인계를 못했거나, 아예 과거 문서의 존재를 잊고 방치했다는 게 청와대 일각의 시각이다.
자료를 지금 공개한 것과 관련, 박 대변인은 “굉장히 민감한 내용들이 있어 법리적 검토가 필요했다”며 “그 동안 해외순방으로 많은 인력이 해외에 나가 내용 파악이 오늘 끝났다”고 설명했다. 문서가 공개 불가능한 ‘대통령 지정 기록물’은 아니냐는 점에 대해서는 “자료가 대통령 기록물인 것은 맞다”며 “다만 자료들에 비밀 표기를 해 놓지 않아 대통령 지정 기록물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발견된 문서가 대통령기록물인지 점검하기 위해 살펴보다가 삼성 경영경 승계 지원 등의 내용을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발견 문서가 최순실 특검팀이 민정수석실을 압수수색 하려다 실패해 확보하지 못한 자료로 보고 검찰에 제출했다. 박 대변인도 “이들 자료는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박영수 특검팀은 올해 2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청와대 측이 ‘군사보안’ 등을 이유로 저항해 5시간 만에 빈손으로 돌아갔다. 다음달 검찰 특별수사본부팀도 민정수석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청와대가 선별한 자료만 받고 별 소득 없이 돌아갔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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