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등 300여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도 포함돼
국정농단 밝혀줄 ‘스모킹건’ 전망
박 前대통령 재판에 파장 예상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 때 생산한 국정농단 관련 추정 문건과 메모 300여 건을 무더기로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조직적인 지원을 검토한 내용과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 현재 진행 중인 국정농단 관련 재판 및 검찰수사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7월 3일 민정비서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과정에서 이전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생산한 문건 300여 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2014년 6월 11일부터 2015년 6월 14일까지 수석ㆍ비서관회의 문건 외에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생산된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자료와 국민연금 의결권 등 현안 검토 자료, 2014년 6월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을 다룬 문건이 포함됐다. 또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사건과 관련한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추정되는 문건도 들어 있었다.
청와대는 문건이 생산된 시기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청와대 근무기간과 일부 겹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민정비서관, 2015년 2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민정수석으로 근무했다.
청와대는 그러면서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 일부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다. 박 대변인은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조사’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관련 조항과 찬반 입장, 언론보도, 국민연금 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문건에 포함된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모색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라는 문건에는 ▦건전보수권을 국정 우군으로 적극 활용 ▦문체부 주요 간부 검토, 국ㆍ실장 전원 검증 대상 ▦문화부 4대 기금 집행부서 인사 분석 등의 문구가 포함돼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일 발견된 문건의 내용을 열흘이 지난 시점에 공개한 배경에 대해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에 대한 법리적ㆍ내용적 검토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해당 문건들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원본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했고, 상당수 문건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사본을 특검에 제출했다. 그러나 보수 야당들은 문건 공개 시점에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비판 논평을 쏟아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