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佛 정상회담서 언급 않고
유엔도 우회 비판에 그쳐
언론 “경제력으로 침묵 사들여”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가 사망하면서 중국의 인권침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경제력과 영향력을 의식, 서구에서 중국 인권 문제 제기를 꺼려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공동 기자회견이 상징적이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두 사람은 류샤오보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내 친구고 매우 존중한다” “뛰어난 지도자”라고 말했고 마크롱 대통령도 이를 받아 “그와의 첫 만남은 매우 생산적이고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유엔도 중국과 정면대결을 주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이드 라드 알후세인 인권고등판무관은 류샤오보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다 수감됐다”며 중국을 우회 비판했지만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을 통해 “매우 슬프다”고 밝혔을 뿐 류샤오보의 사망 경위나 류샤(劉霞)의 거취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언론은 서구에서 중국 인권문제 비판을 자제하는 것을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서구 국가들이 북한ㆍ무역ㆍ투자ㆍ테러리즘ㆍ기후변화ㆍ사이버안보 등 다른 의제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우선시하면서 인권 문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경제력으로 서구 인권 비판자들의 침묵을 사들이고 있다”고 비꼬았다.
중국 인권운동가들은 이런 침묵이 오히려 중국 정부에 ‘인권을 더 침해해도 된다는 확신’을 준다고 주장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유럽은 2012년 시 주석이 집권한 이래 중국 내 시민자유가 더욱 축소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08년 유럽의회로부터 인권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사하로프상을 수상한 후자(胡佳)는 “서구정부가 인권문제를 덜 언급하거나 언급하지 않을 경우 중국 내 인권운동가들은 실망한다”고 말했다. 2014년 정부의 억압을 피해 중국을 떠난 인권변호사 텅뱌오는 “독재정권이 통치하는 중국이 강해질수록 인권과 민주주의는 약해지고 중국뿐 아니라 전 인류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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