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한(65) 종근당 회장이 자신의 차를 모는 운전기사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일삼은 행동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 회장은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종근당 본사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의 행동으로 상처를 받으신 분께 용서를 구한다”며 단상에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어 “따끔한 질책과 비판을 모두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깊은 성찰과 자숙의 시간을 갖고, 상처받으신 분을 위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또한 찾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사자에게 사과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직접 만나서 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만 밝힌 뒤 더 이상의 질문은 받지 않은 채 기자회견장을 황급히 빠져나갔다. 1분여 동안 발표한 사과문에는 향후 구체적인 거취에 대해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전날 이 회장은 자신의 차를 모는 운전기사에게 폭언을 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일부 언론과 인터넷에 공개돼 ‘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녹취록에서 이 회장은 운전기사에게 “어디서 굴러먹다 온 XX들이 내 앞에서 이 따위로 일하고 있어”, “운전하기 싫으면 그만둬, XX야”, “XX 같은 XX, 너는 생긴 것부터가 뚱해 가지고…”, “네 부모가 불쌍하다” 등의 막말과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냈다. 경찰은 녹취록을 공개한 운전기사들을 상대로 내사에 착수했다.
그 중 한 운전기사는 이 회장이 종근당의 전문의약품인 발기부전치료제 ‘센돔’을 비의료인들에게 접대용으로 나눠줬다고도 주장했다. 전문의약품을 의사의 처방 없이 나눠주는 행위는 약사법 위반이다.
이 회장은 종근당 창업주인 고 이종근 회장의 장남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기준 매출 8,300억원의 국내 상위 제약사다. 이 회장은 종근당과 지주회사 종근당홀딩스, 계열사 종근당바이오와 경보제약에서 모두 미등기임원으로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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