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은 아버지 같은 분, 더한 것도…”
모교서 십시일반 헌혈증 110여장 모아 전달
1000만원 넘는 병원비 부담, 모교 벼룩시장 행사
“가족을 살리는 일인데 뭔들 못하겠어요?”
암 투병 중인 외삼촌을 위해 선뜻 간이식 수술을 결정한 고3학생이 있다. 주인공은 경남 창원 창신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상준(18ㆍ사진)군.
이 군은 2월 외삼촌의 간암 판정 소식을 들었다. 병원에서는 길어야 4~5개월이라며 시한부 판정을 내렸다. 무엇보다 몰라보게 수척해진 외삼촌의 모습에 이 군은 충격을 받았다. 이 군은 “외삼촌의 눈은 황달로 노랗게 떴고 얼굴은 새까맣게 말라 있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서울에 살았던 이 군은 방학이면 며칠씩 경남 김해에 사는 외삼촌의 집을 방문해 살았다고 한다. 홀어머니 밑에 자란 이 군에게 외삼촌은 아버지와 같았다. 그랬던 외삼촌의 건강이 나빠진 게 지난해 이맘때쯤 이었다. 이 군은 “당시 간경화였던 외삼촌의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고 올해 간암 판정을 받아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가족에게 “간 이식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 군은 올해 3월부터 약 한달 간 경남 창원과 서울의 병원을 4, 5차례 오가며 조직검사를 받았다. 이어 이식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주저 없이 기증을 결정했다. 자신의 간의 60% 이상을 떼주는 대수술이었다. 이 군은 “기증자가 건강해야 수술 성공률이 높다는 말을 들었다”며 “자전거로 등교하고 하교할 땐 학교 뒷산을 걸으며 몸무게를 82㎏에서 10㎏쯤 뺐다”고 말했다.
이 군의 모교인 창신고도 발벗고 나섰다. 같은 반 친구들을 중심으로 수술에 필요한 헌혈증 50장을 모아 이 군에게 전달했다. 병원비에 보태라고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학내 1, 2학년들이 주축이 된 벼룩시장도 열렸다. 교사와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참고서, 도서, 가상현실(VR) 체험기기, 전자기타 등 물품을 냈고 또 구매했다. 이렇게 마련된 성금은 100만원을 넘겼고 추가로 기증받은 헌혈증도 60장 넘게 모였다.
벼룩시장을 기획한 김민진(42) 창신고 보건교사는 “상준이의 조직검사 등 각종 병원비만 1,000만원이 훌쩍 넘어있었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가족의 도리를 다하는 학생이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만한 일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이 군은 외삼촌과 함께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이 군은 “가족들 모두 외삼촌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아버지 같은 외삼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창원=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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