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국 등 출국허용 요청 귀막아
시진핑 글로벌 리더십도 흔들
중국 민주화운동의 아이콘이었던 류샤오보(劉曉波ㆍ61)가 사망함에 따라 중국은 ‘인권 낙후국’이란 오명이 더욱 짙어지게 됐다.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맹주자리를 노렸던 시진핑 국가주석의 글로벌 리더십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류샤오보가 간암 말기라는 소식이 알려진 후 그간 서방국가들과 국제기구, 인권단체들은 중국 정부를 향해 그의 치료를 위한 출국허용을 요구해 왔다. 자이드 라이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UNOHCHR)는 지난 7일 중국 정부에 유엔 특사의 류샤오보 면담을 요청했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시진핑 주석과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던 독일 메르켈 총리까지도 류샤오보의 독일행에 대한 희망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역시 류샤오보 가석방 직후 중국 당국에 류샤오보 부부의 '이동의 자유' 보장을 여러 차례 촉구했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 154명은 지난달 30일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와 아내 류샤(劉霞ㆍ55)의 미국행을 허가해 달라면서 중국 정부에 서신을 보냈고, 이달 1일 유럽연합(EU)도 류샤오보의 이동제한 철회와 국내외 의료 치료 허용을 촉구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매번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치료받고 싶다”고 했던 류샤오보 본인과 가족들의 간절한 바람은 이처럼 중국 당국의 강력한 거부로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 국무부에 의해 ‘최악인신매매국가’로 지정되는 수모를 당한 상황. 여기에 류샤오보의 사망까지 겹치게 돼 국제사회에서 ‘인권후진국’의 낙인을 벗기 힘들게 됐다.
톈안먼 민주화 운동(1989년) 이후 중국은 외부 비판을 의식, 한때 반체제 인사들을 상대로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등 자치구에서 일어난 분리주의 요구와 이에 대한 탄압 및 유혈사태 등 인권탄압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시진핑 주석 체제 출범 이후 각 분야에서 대외적 ‘굴기’ 전략을 통해 국제사회의 리더십을 구축하고 미국과 함께 G2(주요 2개국)임을 자부하고 있지만, 유독 인권문제는 뒤로 가는 양상이다.
서방 전문가들은 류샤오보 사망으로 중국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줄기차게 비판해 온 국제앰네스티(AI) 등 인권단체들이 공세의 고삐를 더욱 조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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