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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동네 아줌마?"… '아줌마의 힘'보여준 결정적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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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동네 아줌마?"… '아줌마의 힘'보여준 결정적 순간들

입력
2017.07.1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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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오른쪽)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 앞에서 자신의 급식노동자 비하 발언에 대해 학교비정규직노조 관계자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언주(오른쪽)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 앞에서 자신의 급식노동자 비하 발언에 대해 학교비정규직노조 관계자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막말 논란이 뜨겁다. 이 원내수석부대표가 SBS 기자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파업에 돌입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미친X들"이라며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이다. 별 게 아니다. 왜 정규직화가 돼야 하냐"고 말한 것이 지난 9일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이 의원은 결국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했지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는 등 분노를 거두지 않았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을 중의 을’ 이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여성 임금근로자의 40.3%가 비정규직이다. 2016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에 따르면 남성 정규직 임금을 100이라고 했을 때 여성 비정규직은 35.9%에 불과한 임금을 받는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처우 개선과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끊임없이 생존신고를 하고 있다.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부당함에 맞서고 권력에 정면 도전한 사례를 모아봤다.

청운의 꿈 짓밟힌 KTX 해직 승무원들의 11년간의 투쟁

2006년 6월 21일 오후 113일째 파업 중인 KTX 여승무원 100여명이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대통령이 KTX 여승무원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고 촉구한 뒤 청와대 앞 종로구 옥인동 국민은행까지 가두시위를 벌였다. 한국일보 홍인기 기자
2006년 6월 21일 오후 113일째 파업 중인 KTX 여승무원 100여명이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대통령이 KTX 여승무원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고 촉구한 뒤 청와대 앞 종로구 옥인동 국민은행까지 가두시위를 벌였다. 한국일보 홍인기 기자

KTX가 개통하던 2004년, 여승무원들은 한국철도공사(현 코레일) 정규직전환을 약속 받고 철도공사 자회사인 홍익회에 입사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그들의 신분은 바뀌지 않았다. 승무원들이 2006년 3월 정규직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자 철도공사는 같은 해 5월 280명을 무참히 해고했다. 이때부터 길고 고된 법정싸움이 시작됐다. 1심과 2심에서 승소한 승무원들은 4년치 밀린 임금 8,640만원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히며 이를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3일 KTX 해고 여승무원들이 서울역에서 시민들에게 해고 여승무원 문제해결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한국일보 신상순 선임기자
지난 3일 KTX 해고 여승무원들이 서울역에서 시민들에게 해고 여승무원 문제해결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한국일보 신상순 선임기자

첫 파업으로부터 4,153일, 지금까지 남아 있는 KTX 해고 여승무원 33명은 지난달 초부터 매주 월요일과 일요일 서울역과 부산역 대합실에서 10만 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입사 당시 20대 사회초년생이었던 이들은 가정을 꾸린 지금까지도 고된 싸움을 11년째 지속 중이다.

대통령도 해결 못한다면 내가 대통령 하겠다

18대 대선 기호 5번 김소연 후보(위)와 기호 7번 김순자 후보(아래)의 선거홍보포스터. 선거정보도서관 자료
18대 대선 기호 5번 김소연 후보(위)와 기호 7번 김순자 후보(아래)의 선거홍보포스터. 선거정보도서관 자료

비정규직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대권 도전’이라는 초강수를 둔 여인들도 있었다.바로 2012년 18대 대선에 출마했던 기호 5번 김소연, 기호 7번 김순자 무소속 후보다. 지난 3월 10일 파면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출됐던 18대 대선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박빙의 승부였다. 하지만 두 공룡 후보 뒤에 선 작은 거인들은 ‘노동자 대통령’이라는 구호와 함께 대선 레이스를 완주했다.

2005년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를 결성한 김소연 후보는 해고자 복직과 불법파견자 정규직화를 요구해 2010년 말 정규직화 합의를 이끌어낸 장본인이다.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였던 김순자 후보는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일하는 노동자들을 대변하기 위해 대권에 도전했다.

‘노동착취’에 뿔난 대형마트 근로자들

2014년 7월 13일 쟁의지침에 따라 등벽보를 부착하고 근무하고 있는 홈플러스 점포 근로자들. 홈플러스 노조 제공
2014년 7월 13일 쟁의지침에 따라 등벽보를 부착하고 근무하고 있는 홈플러스 점포 근로자들. 홈플러스 노조 제공

“10년을 일해도 월급은 100만원, 이 기막힌 현실을 바꾸고 싶습니다”

2014년 7월 12일, 23일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전국 19개 점포에서 근로자 800여명이 저임금에 맞서 업무 도중 기습파업을 벌였다. 홈플러스 노조는 100만원이 되지 않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급여를 월 148만원으로 인상하고, 감정노동 수당 월 5만원 지급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이 회사 10년 차 근로자는 2014년 법정 시간당 최저임금인 5,210원보다 240원 많은 5,420원을 받고 있다. 하루 6~8시간 일해야 월급 90~100만원을 겨우 손에 쥐는 정도다. 설상가상으로 근로자들은 경쟁사에 비해 10~20% 적은 인력과 사 측의 계산대 대기시간 단축 압박 등으로 격무에 시달린다며 호소했다.

대형마트 근로현장은 ‘여성’과 ‘비정규직’이라는 사회적 약자의 집합체다. 2014년 기준으로 대형마트 전체 근로자의 85%가 20~50대 여성이며, 비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이 90%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격무∙인권침해에 무방비 노출된 공항 청소노동자들의 절규

지난해 8월 12일 서울 강서구 항공공항공사 앞에 김포공항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집결해 삭발식을 열었다. 이들은 사흘 뒤인 16일엔 폭염을 뚫고 108배를 올렸다. 같은 달 26일 이들 노동자들은 사측인 용역업체 지앤지(G&G)를 상대로 오전 6시를 기준으로 전면파업에 돌입한 뒤 4시간 만에 업무에 복귀하기도 했다.

김포국제공항 청소노동자 김은숙씨가 지난해 8월 19일 국내청사 1층 여성화장실 간이휴게실에서 두루마리 화장지 더미 위에 앉아 잠시 쉬고 있다. 정반석 기자
김포국제공항 청소노동자 김은숙씨가 지난해 8월 19일 국내청사 1층 여성화장실 간이휴게실에서 두루마리 화장지 더미 위에 앉아 잠시 쉬고 있다. 정반석 기자

이들이 요구하는 건 ‘정부 지침 준수’와 ‘사람취급’이었다.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에 따르면 공공기관 청소미화 업무의 시급은 8,200원이다. 하지만 이들 공항 청소 노동자들은 2016년 최저시급인 6,030원을 받으며 하루 11시간 근무했다. 휴게 공간도 변변치 않았다. 업체가 제공한 휴게공간은 여성화장실에 마련된 좁디 좁은 간이 휴게실로 두 다리 하나 뻗을 수 없었다. 근무지에서 10분거리라 휴식 시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들은 용역업체의 관리들에게 성추행 당하기도 했다. 회식 때 무릎에 앉히는 건 고사하고 멍이 들도록 가슴을 주물렀다는 진술도 나왔다. 하청업체 노동자라는 특수성 때문에 격무와 인권침해에 맥없이 노출되고 만 것이다.

부당함에 함구하지 않고 쟁의로 맞선 결과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3월 8일 한국여성단체연합으로부터 ‘성평등 디딤돌’상을 받았다. 여성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처한 실태를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온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진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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