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파, 총재 도전 본격화 요구
아베 측은 잔류 원해 묘한 긴장감

지지율 추락 위기에 빠져있는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내달 초 개각을 앞둔 가운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아베 내각의 성실한 조력자로 활약해왔지만 그가 이끄는 ‘기시다파’(의원 46명ㆍ제4파벌)에선 내각을 떠나 자민당 요직으로 자리를 옮겨 차기 행보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총리관저 측은 그의 잔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일본 정가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기시다 장관은 12일 외무성을 방문한 개그맨 피코 타로에게 “존재감을 높이는 큰 효과가 있다. 편승하고 싶다”고 농담하는 등 ‘존재감’을 유독 자주 언급했다고 한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3일 이를 두고 정권내 그의 입지와 고민을 드러낸 장면으로 해석했다. 기시다는 2012년 말 제2차 아베 정권 출범후 현재까지 자리를 지켜 전후 역대 2위 ‘장수 외무각료’로 꼽힌다. 파벌 내부에선 지금이야말로 내년 총재선거 도전을 공식화할 적기로 보고 있다. 내각의 입장을 벗어난 주장이나 ‘리버럴한’ 자신의 정체성을 자제해온 태도에 불만이 급증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기시다 장관 본인도 반응하고 있다. 자민당이 도쿄도의회 선거에 참패한 이틀 후인 4일 “격차 문제의 부작용에 대응해야 한다”며 아베노믹스를 지적하는가 하면 지난달 28일엔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은)헌법 9조 개정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내주엔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전 총리의 지방 성묘에 나서는 등 파벌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총리관저 측의 의중이 알려지면서 장관 유임 제의를 거절할 경우 당직 인선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딜레마다. 아베 총리의 구심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권의 외교성과를 만들어온 그가 독립해 차기 경쟁에 뛰어들면 레임덕에 불을 지피게 된다. 때문에 총리 주변에선 “외무장관은 정권의 골격”이란 언급이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작 기시다는 지나치게 성실하다는 평가에 맞게 거취에 대한 명확한 언질을 피하고 있다. 차기 경쟁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의원이 거침없는 언행으로 독자적인 입지를 강화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시바는 12일 강연에서 “아베 정권의 간판정책이 지방창생에서 1억 총활약사회, 사람 만들기 혁명으로 바뀌어 왔는데 대하 드라마가 아닌 이상 1년마다 작품을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고 쓴소리를 했다. 존재감을 우려하는 기시다파 의원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이유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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