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프로야구 사진첩을 들여다보면 자동차 위에 걸터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프로야구 35년 역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는 올스타전 MVP 부상 변천사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롯데 김용희(전 SK 감독)가 받은 올스타전 MVP 1호 부상은 추억의 승용차로 기억되는 대우 맵시나였다. 김용희는 2년 후인 1984년에도 MVP가 됐는데 그 때 받은 차는 대우 로열 XQ다. 1983년 신경식(OB)은 현대 포니, 1986년 김무종(해태)은 현대 엑셀, 1987년 김종모(해태)는 현대 스텔라, 1988년 한대화(해태)는 대우 로열 듀크 앞에서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1980년대만 해도 ‘자가용’은 부의 상징. 최고 선수에게 주는 상징적인 선물로 제격이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판단한 것이다.
1993년과 1994년엔 현대 쏘나타(ⅠㆍⅡ), 1995년 대우 프린스, 1996년 현대 싼타모, 1997년 현대 쏘나타Ⅲ에 이어 1998년 박정태(롯데)가 삼성 SM520을 받은 이후엔 잠시 승용차가 사라졌다. 1999년에도 MVP가 된 박정태는 금 20냥쭝짜리 골든볼을 부상으로 받았다.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도입된 해다. 이미 외제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선수들에게 더 이상 자동차 부상은 어울리지 않았다. 2000년 송지만(한화)과 2001년 타이론 우즈(두산)는 금 20냥쭝 골든배트, 2002년 박재홍(현대)과 2003년 이종범(KIA), 2004년 정수근(롯데)은 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이후 4년간은 상금 1,000만원에 대형 TV가 추가됐다.
승용차가 다시 등장한 건 KIA의 모기업인 기아자동차가 후원에 나선 2009년부터다. 2009년 안치홍(KIA)은 포르테 쿰, 2010년 홍성흔(롯데)은 K5, 2012년 황재균(롯데)은 SUV 뉴쏘렌토R을 받았다. 지난 시즌 MVP 민병헌(두산)은 2,900만원 상당의 K5 시그니처에 올라탔다.
올해의 차종은 무엇일까. KBO가 13일 발표한 올스타전 시상 계획에 따르면 이번 올스타전의 최우수선수(MVP)는 기아자동차 스팅어를 부상으로 받는다. 3,800만원 상당의 프리미엄 세단이다. 승용차가 부상으로 걸린 건 올해까지 총 36차례 올스타전에서 26번째다.
한편 올스타전 승리 팀은 3,0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승리 감독, 우수투수, 우수타자의 상금은 300만원이다. 홈런레이스 우승자는 500만원, 준우승자는 100만원을 챙긴다. 최장비거리를 기록하면 DSRL 카메라를 손에 넣는다. 퍼펙트피처와 퍼펙트히터 우승자는 200만원, 준우승자는 100만원을 받는다. 올스타전에 하루 앞선 14일 열리는 퓨처스 올스타전 MVP의 상금은 200만원이다. 퓨처스 올스타 우수투수, 우수타자, 감투상 수상자는 상금 100만원을 받는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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