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개발 ‘시네마 LED’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 적용
“영화산업 판도 달라질 것”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13관인 ‘슈퍼 S’관에서 ‘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를 상영하던 영사기가 멈췄다. 사회자가 “세계 최초의 시네마 LED를 공개합니다”라고 외치자 천으로 된 스크린이 땅으로 떨어지며 뒤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나타났다. 지난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영화산업 박람회 ‘2017 시네마콘’에서 삼성전자가 처음 선보였던 ‘시네마 LED’다.
동일한 영화의 같은 장면이 시네마 LED에서 반복 상영됐지만 화질은 전혀 달랐다. LED는 영사기가 빛을 스크린에 투사하지 않고 스스로 빛을 내는 방식이라 밝기부터, 색감, 해상도 등이 압도적이었다.
넥슨이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1인칭 온라인 슈팅게임 ‘타이탄폴’ 영상은 마치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까지 선사했다. 가로 10.3m에 세로가 5.4m인 거대한 스크린은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게임 속 그래픽을 조금도 빠짐없이 담아냈다.
이날 세계 최초 시네마 LED 상영관 공개 행사를 함께 진행한 삼성전자와 롯데시네마는 밝기를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조명을 환하게 켰지만 LED가 뿜어내는 영상미를 만끽하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구동수 수석연구원은 “흰색이나 은색 스크린에 렌즈를 이용해 빛을 투사하는 영사기는 ‘리얼 블랙’이란 게 존재할 수 없고, 초점이 안 맞는 부분과 상이 사다리꼴로 맺히는 왜곡이 생기지만 시네마 LED는 이런 한계를 모두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시네마 LED의 밝기는 최대 146fL(풋램버트ㆍ영화 업계에서 쓰는 밝기 단위)로, 기존 영사기보다 10배 이상 향상됐다. 어둠 속에서 영화를 관람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식사를 하면서 영화를 보는 게 가능하고, 밝은 공간에서 콘서트나 오페라를 감상할 수도 있다. 게임 중계나 스포츠 단체응원, 기업 행사 장소로도 충분하다.
슈퍼 S관 스크린은 LED 캐비닛 96개를 붙여 만들었지만 스크린 크기는 얼마든지 더 크거나 작게 할 수 있다. 이는 영화관이란 공간 자체의 혁신이기에 삼성전자는 “120여 년 역사의 영화산업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제품”이라고 자신했다.
영사기는 미국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1894년 최초로 선보였다. 이듬해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가 영사기로 처음 영화를 상영했다. 흑백 필름으로 출발한 영사기는 컬러 필름과 디지털 영사기를 거쳐 지금은 레이저 영사기로 진화했다. 국내에서 필름 영사기가 디지털 영사기로 전환된 시기는 2005년이다. 이즈음 영사실이 사라지면서 영사기가 천장에 매달리는 형태가 일반화됐다. 하지만 빛을 스크린에 쏘는 방식은 123년간 그대로 이어졌다.

2013년 개봉한 영화 ‘변호인’으로 천만 감독 대열에 합류한 양우석 감독은 이날 행사장에서 “1940년대 처음 등장한 TV는 HD를 거쳐 UHD까지 왔지만 영화산업은 너무나 발전이 느렸다”며 “스크린에 반사된 영상이 아닌 직접 광원을 보게 된 2017년 7월 13일은 영화 역사에 기록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시네마 LED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LED 패널과 하만의 음향 시스템 등을 감안하면 기존 영사기보다 훨씬 비쌀 수밖에 없다. 다만 제품 수명이 10만 시간 이상이고, 이 기간 동안 모듈 등을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장점이다. 삼성전자는 5년간 사용할 경우 기존 영사기보다 경제적인 가격을 설정할 계획이다. 2020년까지 전 세계 영화관의 10%를 시네마 LED로 바꾸는 게 삼성전자의 목표다. 양 감독은 “영사기가 LED로 바뀌는 것은 시간의 문제이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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