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등 4개국 외무와 회담
발표문 없이 다시 카타르 방문
카타르 단교 사태 해결에 나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중동을 방문, 순방외교를 펼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백악관의 중동정책에 있어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는 틸러슨 장관의 입지는 더욱 흔들릴 전망이다.
12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해 카타르와 단교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 4개국 외무장관과 만났다.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문 등은 따로 발표되지 않았으며, 틸러슨 장관은 13일 카타르로 돌아가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조율할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하면 중재는 간단치 않다. 사우디를 방문하기 전날 카타르를 찾아 테러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막는데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사우디 등 4개국의 반응은 싸늘했다. 4개국은 미국과 카타르 간 양해각서 체결 직후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충분치 않다”며 “요구사항이 충족되기 전까지 카타르에 대한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CNN은 “이번 사태가 지역의 오랜 갈등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과 이슬람 종파 문제도 얽히고설킨 점을 감안하면 빠른 해결은 어렵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 건 아니다. 더 타임스는 13일 사우디 등 4개국이 단교 철회 조건 중 하나인 알자지라방송 폐쇄 요구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방송이 근본적인 개편을 단행한다면 폐쇄까진 안 해도 된다는 건데, 이는 기존 요구안에서 한발 양보한 것으로 협상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누라 알 카비 UAE 연방 민족위원회 장관은 “우리는 외교적 해결 방안을 원한다.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언급했다.
앞서 4개국은 카타르가 테러리즘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지난달 5일 단교했고, 22일 관계 회복을 위한 조건으로 ▦알자지라 방송국 폐쇄 ▦무슬림형제단 지원 중단 ▦이란과의 외교 관계 격하 등 13가지 요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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