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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볼보이&볼걸, ‘전통의 수호자’와 ‘감정의 희생양’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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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볼보이&볼걸, ‘전통의 수호자’와 ‘감정의 희생양’ 사이

입력
2017.07.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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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테니스 대회의 볼보이. 윔블던 홈페이지 캡처
윔블던 테니스 대회의 볼보이. 윔블던 홈페이지 캡처

윔블던의 잔디를 누비는 건 선수들만이 아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테니스공을 쫓는 이들이 코트 위에 있다. 다만 ‘거슬리지 않게’ 뛰어다니는 법을 배워야 하는 점이 다르다. 13일(이하 한국시간) ESPN은 윔블던의 숨은 주인공인 볼보이와 볼걸을 소개했다. ☞관련기사

이들의 임무는 단순하고 섬세하다. 공이 네트에 걸리면 달려 나와 공을 치우고 서브를 하려는 선수에게 공을 건네준다. 코트 밖으로 나간 공을 줍고, 선수들에게 땀을 닦을 수건을 건네는 일도 중요한 임무다. 이 단순노동 뒤에는 섬세함이 요구된다. 경기 중 팔과 고개 각도 등 ‘바른 자세’와 단정한 머리 등의 ‘바른 용모’를 유지해야 한다. 양말과 손목 보호대에 새겨진 로고가 방향이 비뚤어지지 않게 정확히 노출되어야 하고 이외의 액세서리는 일체 금지된다.

이 까다로운 업무조건에도 선발과정은 치열하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영국 전역 32개 학교에서 만 15세 이상의 학생을 지원받는다. 지난 2월부터 다섯 달 동안의 훈련과정에서 약 800명 중 258명이 뽑혔다. 최종적으로 두 명의 ‘센터(네트 근처에서 대기)’와 네 명의 ‘베이스(코트 라인 끝에서 대기)’ 6명이 한 조가 돼 윔블던 올 잉글랜드클럽의 18개 코트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된다. 1920년부터 시작된 윔블던의 볼보이 제도에 대해 ‘역사의 수호자’라는 자부심이 강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지원 경쟁률이 높은 편이다.

교육받는 윔블던의 볼보이와 볼걸들. 윔블던 홈페이지 캡처
교육받는 윔블던의 볼보이와 볼걸들. 윔블던 홈페이지 캡처

이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선수들의 특성을 맞추는 것이다. 선수 각각의 징크스와 습관을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비너스 윌리엄스는 모든 서브에이스 공을 가져가는 대부분 선수들과는 달리 공을 딱 한 개만 갖는다 ▲라파엘 나달은 라인 위를 걷지 않는다. 따라서 절대 그의 동선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앤디 머레이는 매 포인트마다 땀을 닦을 수건을 원한다. 볼보이ㆍ볼걸들은 “선수들의 특성들을 외우고 코트에서 ‘거슬리지 않게’ 실천하는 압박감이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볼보이와 볼걸들은 때로 경기가 풀리지 않는 선수들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플레이의 화풀이를 가장 가까이 있고 만만한 볼보이ㆍ볼걸들에게 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아드리안 마나리노(29)는 지난 7일 윔블던 2회전 대회 중 볼보이를 어깨로 밀치고 가 1만2,000달러(1,363만원)의 벌금을 내야 했다. 문제는 마나리노의 행동이 상습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대회들에서도 포인트를 잃고 흥분해 볼보이가 있는 쪽으로 라켓을 던지거나 이동 중 볼보이와 몸을 부딪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일각에서는 테니스의 볼보이·볼걸 관행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린 학생들이 시속 200km가 넘는 테니스공이 날아다니는 코트에 무방비하게 서있는 것이 위험할 뿐 아니라 감정학대의 우려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남자프로테니스(ATP)협회는 선수들에게 볼보이ㆍ볼걸을 대하는 행동지침을 강의하겠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볼보이와 볼걸들은 코트에서 선수들에게 수건을 건네는 방법, 선수들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거리 등을 엄격하게 교육 받는다”며 “이제는 선수들이 그들에 대한 매너를 훈련 받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수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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