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
카즈 힐드브란드 지음ㆍ차유진 옮김
페이퍼스토리 발행ㆍ224쪽ㆍ2만2,000원
표지부터 그러더니 책을 펼치면 제일 먼저 눈을 사로잡는 건 허브를 기하학적이고 강렬한 패턴으로 묘사한 그림들이다. 그 덕에 기르기도 전에, 눈 앞에 보기도 전에, 차나 요리에 섞기도 전에, 이미 모든 페이지에서 허브 특유의 알싸하면서도 싱그러운 향을 입안에 듬뿍 머금는 느낌이다.
식물에 대한 글과 그림을 함께 싣는 오랜 ‘식물도감’의 전통을, 오늘날 현대적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되살려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저자의 노력 덕이다. 로즈메리, 캐모마일, 라벤더, 바질 등 친숙한 허브에서부터 메도스위트, 마조람 등 낯선 것들까지. 100종의 허브를 유래와 역사, 그에 얽힌 신화나 문학작품, 재배법ㆍ요리법에다 함께 먹을 만한 요리 추천까지 곁들여 설명해뒀다. 원제 ‘허바리움(Herbarium)’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자연을 기하학적 패턴으로 바라보는 건 신비주의의 위험이 따른다. 아니나 다를까 몇 대목은 조금 과하다 싶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예쁘면 모든 게 용서된다. 출간을 전후한 사전 평가 때 허브를 좋아하는 이들뿐 아니라 미술ㆍ디자인에 관심있는 사람들도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있다. 신비주의자들이여, 기름진 소고기 마블링에서도 우주의 비밀과 자연과의 합일을 반드시 캐내어주길.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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