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시작된 ‘문학과지성 시인선’이 통권 500호를 돌파했다. 황동규 시인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가 나온 이후 햇수로 40년 만이다. 그 동안 211명의 시인이 492권의 시집을 냈다. 매년 평균 12.5권을 꾸준히 발행해온 결과다.
13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열린 500호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우찬제 문학과지성사 공동대표는 “’한국 시사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해 끊임없이 신인들을 발굴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동참해준 시인들의 노력도 있지만 온전히 독자들의 노고와 사랑 덕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날 500호 기념 시집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도 소개됐다. 출간 10년이 넘은 시집 가운데 독자와 문단의 관심을 받은 시인 65명의 시를 각 2편씩 가려 뽑은 시집이다. 황동규, 마종기, 정현종, 황인숙, 김혜순, 김이듬, 진은영 등의 작품이 실렸다.
지난 499권의 시집 중 가장 많이 팔린 시집은 최근 82쇄를 찍은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1989)이다. 이성복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1980), 최승자의 ‘이 시대의 사랑’(1980)도 각각 52쇄, 46쇄를 기록하며 오래도록 사랑 받았다. 이근혜 문학과지성사 편집장은 “전체 시집의 88%인 439권이 한 차례 이상 증쇄됐고, 절판된 시집은 없다”며 “서점에서 찾기 힘든 도서들은 전자책으로 작업해 독자들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문단 내 성폭력’에 대한 출판사의 입장도 나왔다. 지난해 트위터에서 남성 문인들에 대한 성폭력 고발이 이어졌을 때 그들 중 일부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시집을 낸 시인들이라 논란이 있었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공동대표는 “앞으로 책을 선정할 때 ‘문학의 자유’에 못지 않은 ‘공공성’에 대한 가치도 함께 생각하는 문학과지성사가 되겠다”라고 밝혔다.
김도엽 인턴기자(경희대 정치외교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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