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ㆍ중견기업 경제단체 간담회서
“하도급법 위반 제재 79%가 중소기업”
자체 징계조치 등 자정 노력 촉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3일 “중소기업이 더 작은 영세기업들을 대상으로 불공정행위를 일삼으면서 (정부에겐) 무조건적인 보호를 요청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이른바 ‘을(乙)의 갑질’을 지적한 것으로,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선 중소기업들도 선제적인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중소ㆍ중견기업 경제단체들과 간담회를 갖고 “하도급법을 위반해 제재를 받는 사업자의 79%가 중소기업”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4대 그룹 전문경영인들과 가진 정책간담회에서도 ‘스스로 선제적인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며 중소기업들도 스스로 변할 것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이 취임 이후 중소기업 단체들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김 위원장은 “중소ㆍ중견 경제단체는 회원사들이 스스로 법을 준수해 모범적인 경영관행을 실천하도록 ‘자율규제기구’ 역할을 해야 한다”며 “중소ㆍ중견 경제단체가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법을 위반한) 회원사에 자체 징계조치를 내리는 등의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 가맹점주 등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공정위의 시대적 책무라는 점을 재확인한 뒤 “중소기업의 지위와 협상력을 제고해 대기업과 대등하게 거래단가와 조건을 협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협상력 제고방안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노무비 변동 시 하도급 업체에 납품단가 조정권 부여 ▦부당 단가인하 및 교섭력 약화의 원인인 전속거래 구조 개선 등도 제시했다. 공정위는 이미 ‘전속거래 현황과 제도개선 방안’ 연구 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의 법 위반에 대해 엄중 제재해 경제사회적 약자들이 대기업 ‘갑질’로 피해를 보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재벌 대기업은 과거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국민의 희생으로 국민기업으로 성장했는데도 공정한 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은 이런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적임자인 만큼 일관되고 강력한 의지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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