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작되는데…시장진입부터 가로막는 규제에 도태위기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혁신적 신생벤처기업(스타트업)이 활발하게 등장해야 하지만 낡은 규제 가득한 국내 창업 생태계에선 혁신 기업의 탄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아산나눔재단과 구글 캠퍼스 서울 주관으로 열린 ‘스타트업코리아 발표회’에서 전문가들은 창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위해 규제를 줄이고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보기술(IT) 전문 로펌 테크앤로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투자를 받은 전 세계 스타트업 중 누적 투자액 상위 100개 업체에 한국 스타트업은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흥미로운 건 상위 100곳에 포함된 에어비앤비, 우버, 알리페이 등 57곳의 사업모델이 한국의 규제와는 충돌한다는 점이다. 전 세계를 뛰어다니는 ‘유니콘’(시가총액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들도 한국에선 위법소지가 있는 셈이다. 국내 스타트업 시장의 팍팍한 진입환경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김수호 맥킨지코리아 파트너는 “한국에서 신규 사업을 하려면 법으로 규정된 업종 중 해당 사업모델이 속한 업종을 선택한 뒤 그 업종이 요구하는 사업 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 받고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융ㆍ복합 모델은 기존 분류 어디에도 속하지 않기도 하고, 모바일 시대임에도 오프라인 지점 수 충족과 같이 불필요한 요건까지 적용돼 사업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신규 업종 지정이나 요건 완화를 기다리려면 법 개정에만 평균 500일 이상 소요돼 스타트업이 버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사후 규제 방식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도전은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데이터 활용성 확대 ▦벤처투자 자금 선순환 유도 ▦우수 인력의 창업도전 문화 형성 등도 이행돼야 할 과제로 꼽혔다. 개인 식별이 불가능한 ‘비식별 개인정보’는 규제에 적용되지 않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 4차 산업혁명의 ‘금광’인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하고, 벤처캐피탈에 적용되는 투자 업종과 방식에 대한 높은 규제를 완화해 유연한 투자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가 정신을 기를 수 있는 체험형 교육 강화도 창업문화 확산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정부도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동감했다. 이창수 국무조정실 규제총괄정책관은 “신산업에 대해 규제를 유예하거나 면제하고 개인정보의 활용성을 높이는 쪽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변태섭 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은 “복잡한 규제는 하나라도 더 통합시키고 최대한 지금 가지고 있는 규제를 다 내려놓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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