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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손기척

입력
2017.07.1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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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은 손으로 문을 두드리는 행위를 할 것이다. 남의 공간에 들어가기 전에 인기척을 내는 방식으로 관습화한 것이 가볍게 문을 두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행위를 우린 ‘노크’(knock)라 한다. 그런데 ‘노크’를 대신할 만한 고유어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노크’는 인기척을 내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었으니 이에 대한 고유어가 있을 리 없다.

북한에서는 ‘노크’(knock)를 ‘손기척’이라 한다. ‘손기척’이란 낱말을 처음 본 사람이라도 ‘기척’이란 낱말을 알면 그 뜻을 쉽게 짐작할 수 있으니 잘 다듬은 말이다. 더구나 ‘기척’에 ‘인’(人)을 붙인 ‘인기척’이 있으니, ‘기척’에 ‘손’을 붙여 만든 ‘손기척’은 조어법에도 맞는 말이다. 뜻도 잘 통하고 조어법에도 맞으니 이는 남북이 함께 쓸 순화어로 삼을 만하다. 그러나 잘 만든 것과 널리 쓰이는 건 다른 문제다. ‘손기척’은 잘 다듬어진 순화어일 수는 있지만 우리에겐 ‘노크’를 대신할 만큼 자연스러운 말은 아니다.

‘손기척’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려면 일단 ‘기척’이 어근인 말이 다양해야 한다. ‘손기척’이 어색한 것도 ‘기척’을 어근으로 하는 말 중 우리에게 익숙한 낱말이 ‘인기척’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인기척’ 이외에도 ‘문기척’ ‘발기척’ ‘숨기척’ 등의 낱말을 볼 수 있다. 이중 ‘문기척’은 의미상 ‘손기척’과 비슷한 말로 쓰일 수 있으며, ‘발기척’은 낱말의 구성상 ‘손기척’과 짝을 이룰 수 있다. 그러니 ‘손기척’의 운명은 ‘문기척’, ‘발기척’ ‘숨기척’ 등이 얼마나 언중의 입에 오르내리느냐에 달려 있을 수밖에 없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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