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미국의 물가상승 부진이 길어질 경우 기존의 기준금리 인상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올해 3차례, 내년 3차례 등으로 전망되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상황에 따라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옐런 의장은 13일(현지시간) 미 하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서 “경제와 고용 여건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몇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 금리 수준에 대해 “중립(neutral) 이하”라고 판단하면서도 “금리를 중립수준에 맞추기 위해 정책금리를 그렇게 많이 올릴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점진적 인상’과 더불어 연준의 향후 금리인상 폭도 크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그는 기준금리 결정의 주요 잣대인 물가상승률과 관련해 이전과 달라진 시각을 드러냈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로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유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날 옐런 의장은 물가 부진이 이어지면 연준이 통화정책을 수정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무선통신 서비스 및 의약품 가격 등의 이례적인 하락이 최근 저조한 인플레이션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끼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이들 가격의 하락이 “확연히” 물가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 것과는 차이가 크다. 그는 이어 “앞으로 몇 년 동안 물가가 2%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단기간 급락(언더슈팅)이 계속 되고 있는 위험성은 인지하고 있으며 물가 부진이 지속할 경우 기존 정책을 조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보유자산 축소와 물가 상승에 대해 강경했던 이전에 비해 ‘비둘기적(통화 완화)’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날 증언 이후 급격한 금리인상 우려가 줄어들면서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은 반색한 반면, 안전자산인 미 채권수익률은 떨어졌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23.07포인트(0.57%) 높은 21,532.14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지난달 19일 기록한 마감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장중 21,580.79까지 올라 최고치도 갈아치웠다. 반면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4.29bp 하락한 2.3214%에 마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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