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같아서는 들어가서 ‘빠따’(야구배트)라도 들고 싶은데...”
김남일(40) 축구대표팀 신임 코치가 태극전사들 정신이 번쩍 들 만한 깜짝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물론 정말 배트를 들겠다는 뜻은 아니다. 대표 선수들 마음가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대한축구협회는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 코치로 전경준(44), 김남일, 차두리(37), 김해운(44ㆍ골키퍼), 이재홍(34ㆍ피지컬)을 선임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신 감독은 기존 연령별 대표에서 함께 해오던 전경준, 김해운 코치 외에 월드컵과 A매치 경험이 풍부한 김남일, 차두리 코치를 추가 영입했다.
신 감독과 김남일 코치는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프로축구 클래식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함께 찾아 하프타임 때 취재진을 잠시 만났다.
김 코치는 “감독님과 선수 사이에서 가교 역할 맡게 될 것 같다. 월드컵을 통해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소통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밖에서 봤을 때 대표팀에 어떤 점이 부족했냐는 질문에 그는 “간절함”이라며 “지금은 경쟁보다는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코치는 선수시절 카리스마가 넘쳤다. 리더십을 인정받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때 주장을 맡기도 했다. 제자들에게 따끔하게 한 마디 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의 입에서 ‘빠따’ 발언이 나왔다. 김 코치는 “세월도 많이 흐르고 시대도 변했다”고 살짝 웃으며 “선수들이 훈련할 때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고 경기장에 나갈 때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지 전해주겠다”고 힘줘 말했다.
신 감독은 “김남일 코치는 월드컵 3회(2002, 2006, 2010) 출전 경험이 있다. 힘든 시기에 과거 감독님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 나에게 충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수비 조직력 훈련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차두리 코치의 재합류도 주목을 받았다.
차 코치는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감독 시절 전력분석관을 하다가 물러난 뒤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대표팀 코치로 들어왔다. 이이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신 감독은 “차 코치가 비판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차 코치가 꼭 필요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차 코치는 신 감독의 합류 요청을 수 차례 고사했다고 한다. 신 감독은 “(차 코치) 마음을 돌리기 위해 1주일 내내 쫓아다녔다. 차 코치가 여러 번 거절했지만 한국 축구가 위기 상황이니 희생해 달라고 했다. 대표팀이 잘 되면 다 이해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설득했다”며 “마음을 돌려준 차 코치가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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