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취재파일>건설청장 ‘정계진출 통로 전락’ 이젠 끝내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취재파일>건설청장 ‘정계진출 통로 전락’ 이젠 끝내야

입력
2017.07.12 20:00
0 0
최두선 기자
최두선 기자

지난해 4ㆍ13 총선을 한달 여 앞둔 3월 12일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출마를 위해 사직했다. 직전 정승 전 식약처장도 비례대표를 신청했다. 의약계는 “식약처장이라는 막중한 직책을 입신양명에만 혈안이 된 자들의 감투에 불과한 자리로 전락시켰다”고 비난했다.

이런 행태는 ‘행정 1번지’에서 ‘정치 1번지’로 떠오르고 있는 세종시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바로 차관급 정무직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지낸 인사들 얘기다.

초대 이춘희 청장은 지방선거에서 재수해 세종시장 자리를 꿰찼다. 5~8대 건설청장은 평균 7개월 간 재임하다 곧바로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건설청장직이 정치인으로 변신하기 위한 ‘계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행자부 출신 최민호 전 청장(전 국무총리비서실장)은 당내 경선에 나섰다가 예선 탈락했다. 송기섭 청장은 진천군수에 당선됐고, 이재홍 청장은 파주시장에 당선됐지만 뇌물수수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그리고 역대 최장수 청장이란 기록을 쓴 이충재 청장이 또다시 전임 청장들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가 과천 주택을 처분하고, 올 초 행정도시로 전입하면서 이런 전망은 설득력을 더한다.

이 청장에겐 두 가지 엇갈린 시선이 따라다닌다. 만 4년이 넘게 재임하며 열정적으로 행정도시 건설에 매진했다는 호평과 청장 직을 세종시장 출마에 이용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교차한다. 특히 최근 지역 모 초등학교 탁구부 창단식에 참석하는 등 건설청장 직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면서 그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커지고 있다. 건설청 내부에서조차 ‘본인의 정치권 진출을 위해 무리한 행보를 한다’는 불만과 불신이 새나오고 있다. 세종시에 ‘시장이 두 명이다’라는 말까지 나돈다.

그가 다른 일에 정신을 뺏겨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도 있다. 종합운동장 건립, 간선급행버스(BRT) 차량 개선 보급 등 현안이 지연되거나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있는데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공을 들였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게 설사 오해라고 하더라도 그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은 분명히 있다. 그가 출마를 결정한다면 이런 오해는 일정부분 사실이 되고, 그 부담과 책임은 더 커진다.

물론, 임명직 고위 공직자의 정치권 진출을 무조건 비판할 순 없다. 하지만 자신의 직을 정계 진출의 통로쯤으로 여기는 무책임한 인식은 경계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당사자도, 정치권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제도적으로 고위 공직자의 정치권 진출에 대해 납득할 만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봄직 하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