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2일 ‘문준용 취업특혜 의혹 제보’ 조작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며 국민과 당사자들에게도 사과했다. 지난달 26일 박주선 당 비대위원장이 제보 조작 사실을 공개하고 대국민 사과를 한 뒤에도 칩거로 일관해 빈축을 샀던 그다. 뒤늦게나마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뒷맛이 개운찮다. 국민의당이 석고대죄의 자세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때나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당은 이날 조작된 녹취파일을 당에 전달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구속으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당원인 이유미씨 단독 범행이라는 자체 진상조사 결과와 달리 당 윗선으로 검찰의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그간 침묵을 지켰던 안 전 대표가 기자회견에 나선 것도 자신의 ‘영입 1호’였던 이 전 최고위원의 구속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검찰의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적극 협조할 것을 국민의당에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계은퇴 고려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겠다”고 비켜갔다. 모든 짐을 지고 가겠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책임을 진다는 것인지 모호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당 지도부도 이날 이 전 최고위원의 구속에 대해 재판부 판단을 존중한다며 국민 앞에 거듭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과 ‘미필적 고의’ 언급 이후 검찰의 기류가 달라졌다고 반발하는 기류도 만만찮다. 추 대표의 발언이 부적절했지만 검찰과 법원이 집권여당 대표의 공개적 지침에 놀아난 것처럼 몰아가는 건 전형적 구태정치다. 대선에서 조작된 제보로 거센 공세를 펴 국민을 속인 데 이어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
국민의당이 이 사건 수사를 빌미로 추경안 처리 등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 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다. 힘 없는 야당의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국민은 명분 없는 연계 정치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 더욱이 다른 야당과 공조해 문준용 특검과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것은 국회를 정쟁으로 몰고 가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공소시효가 지나 실익도 없는 사건으로 자신들이 처한 정치적 곤경을 벗어나려는 물타기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국민의당이 할 일은 그런 변칙 대신 뼈를 깎는 자성과 거듭나기를 위한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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