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아 어머니 “나쁜 짓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달라”
공범 박양은 살인교사죄 전면 부인
8살 여자 초등학생 살해ㆍ시신훼손 사건의 10대 피고인 재판에서 피고인의 심리 분석을 담당했던 전문가가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인은 아스퍼거증후군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피고인 측은 그 동안 아스퍼거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는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정신감정 결과를 토대로 “심신미약 상태에서 충동적이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해왔다.
김태경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12일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허준서) 심리로 열린 김모(17)양의 재판에서 “피고의 학교생활기록부 등 자료 검토와 면담, 심리평가 결과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 해리성 장애 가능성이 상당히 낮았다”며 “피고는 본인에게 유리한 것과 불리한 것을 구분하고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았는데 이것은 아스퍼거증후군을 비롯한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특징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피고는 (4월 상담 과정에서) 벚꽃을 못 봐 슬프다거나 미안한 감정은 건조하고 피상적인 반면 감옥에서 허송세월해야 한다고 걱정하는 등 자기애는 매우 강했다”라며 “사이코패스라고 단정 짓지는 못하지만 특성은 갖고 있다고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4~6월 인천구치소에서 김양과 함께 생활했던 A(29ㆍ여)씨도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가 구치소 내에서 정해진 규율ㆍ규칙을 따르는데 어려움이 없었냐”는 검찰 측 질문에 “전혀 없었다. 교도관이나 동료 재소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말하는 아이였다”고 말했다. 그는 “피고에게 피해자 부모님에게 미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 ‘나도 힘든데 왜 걱정해야 하느냐’고 하더라”며 “변호인을 만나고 와서는 ‘정신병 판정 받으면 7~10년 받는다고 했다’라며 콧노래까지 불렀다”고 말했다.
피해아동의 어머니 B(43)씨는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우리 막내가 온 가족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피고가 알았으면 한다. 보물 같은 존재였다”라며 “세상이 나쁜 짓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엄중한) 벌이 내려졌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바르고 그랬으면 한다”고 말했다. B씨가 “온 가족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잠을 제대로 자려면 약(수면제)을 먹으라고 하는데, 그 약을 손에 쥐고 있을 때 ‘아이가 기다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어찌할지 몰라 받지 못했다”고 말하자 김양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김양은 울음을 그친 뒤에는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어 자신이 중학교 시절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고 진술하는 등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되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이날 마지막 증인으로 출석한 공범 박모(18)양은 앞선 자신의 재판에서 김양이 증인으로 나와 “박양이 사람을 먼저 죽이고 사체를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거짓이다”라고 말했다. 박양은 “김양과 계약연애를 하지 않았냐. 김양은 자신이 박양에게 종속된 관계였다고 한다”는 질문에 “장난이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9일 오후 2시 김양의 결심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양은 지난 3월 29일 연수구 한 공원에서 놀던 초등학생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미성년자 약취ㆍ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ㆍ유기)로 기소됐다. 박양은 같은 날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김양으로부터 숨진 초등학생의 사체 일부가 들어있는 봉투를 건네 받아 재차 훼손한 뒤 유기한 혐의(살인방조 및 사체유기)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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