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대선 제보 조작 파문에 대해 사과하며 몸을 낮추면서도 여당의 정치 공작에 의한 피해자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당 지도부는 특검 주장으로 대여 반격을 모색하고 있지만, 당 내부에서조차 책임을 통감하는 반성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 지도부는 폭염 특보가 내린 12일 전북 군산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앞 노상에 천막을 치고 현장 비상대책위 회의를 가지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북 도민 여러분께 또 죄송하다는 말씀을 거듭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전직 최고위원을 지낸 이준서씨가 구속된 것에 국민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군산이 지역구인 김관영 의원 등 당 관계자 50여명은 회의 내내 침통한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당 지도부는 그러나 이준서 전 최고위원까지 구속된 마당에도 제보 조작 사건이 ‘이유미 단독범행’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되레 여당에 화살을 돌렸다. 박 비대위원장은 “검찰도 지난주 중반까지는 이유미 단독범행으로 수사를 종결 지으려고 했던 거로 안다”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머리자르기’ ‘미필적 고의’ 등 발언 이후 검찰이 달라졌다. 이번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검찰 1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그러면서 "검찰이 추 대표의 정치공작 지시에 의해서, 지침에 의해서 정치적 수사를 하고 있기에 특검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며 "(문준용씨 취업특혜 의혹과 증거조작 사건을 모두 다룰)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특검법 관련 기자회견을 준비했지만 안철수 전 대표의 사과 기자회견에 급하게 연기했다.
당 지도부가 특검 도입 등 강경한 대여 투쟁을 예고했지만 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지도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황주홍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지도부가 ‘문준용 특검법’ 발의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그걸 주장할 도덕적인 자격이 없다”며 “지나치게 강경으로만 일관하는 것, 그렇게 현명하지 못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대철 상임고문도 이날 YTN 라디오에 나와 “제 생각에는 추미애 대표도 한 발 뒤로 물러가야 하고 국민의당도 특검 정도까지는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제 개인적 생각이다”고 밝혔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