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2일 문준용씨 의혹 제보 조작 사태에 대해 뒤늦게 사과했다. 박주선 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조작 사실을 공개한 지 16일 만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정계은퇴는 사실상 거부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제보 조작 사건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처음에 소식을 들었을 때 저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고 지지자와 국민에게 사과했다. 안 전 대표는 “명예훼손을 넘어 공명선거에 오점을 남겼다”며 “제대로 된 검증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도 모두 제 한계고 책임”이라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그러나 “정치ㆍ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면서도 책임을 지는 방식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안 전 대표는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며 “원점에서 정치인생을 돌아보며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만 밝혔다. 정계은퇴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당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정말 깊이 고민하겠다"며 즉답을 피해 정계은퇴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안 전 대표는 늑장 사과 이유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이미 시작됐으니 사실 관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수사를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사전 인지 여부와 관련해서도 “당시는 ‘뚜벅이 유세’ 중이라 24시간 저의 모습이 인터넷 생중계됐다”며 “그것을 보신 모든 국민들은 다 아실 것”이라고 부인했다.
안 전 대표의 입장 발표에 앞서 이날 새벽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되자 국민의당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박주선 비상대책위 위원장은 국민에게 사과를 하면서도 이번 사태는 앞서 구속된 이유미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조차 박지원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번지고 있는 가운데 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에서는 해체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