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요인과 청와대 오찬 회담서
“외교 정상화 성공적” 덕담 속
정부ㆍ여당에 더 큰 역할 당부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장관 임명 문제로 경색된 국회 상황과 관련해 정세균 국회의장으로부터 뼈 있는 조언을 들었다. 이날 청와대에서 5부 요인과 오찬을 하면서 최근 미국 방문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에 따른 외교 성과를 설명한 자리에서다. 정 의장은 협치를 강조하면서 국회 공전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와 여당의 역할을 당부했다.
정 의장은 오찬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한 말씀 해 달라’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요청에 “한 말씀 보다는 긴 말씀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작년 9월 이후 대한민국의 정상외교가 실종돼 국민들의 걱정이 매우 컸는데, 대통령께서 한미 정상회담과 G20 다자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국민들이 ‘우리 외교가 복원이 됐다’고 안도하면서 자신의 위치에서 일을 잘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 같다”고 문 대통령에게 덕담을 건넸다.
하지만 정 의장은 국회 정상화를 위한 조언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정 의장은 “지금 우리 정치권의 핵심 키워드는 협치”라면서 “협치는 먼저 손을 내밀과 와 달라고 하는 것만으로 되지 않고 먼저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점에서 정부나 국회, 여당과 야당이 협치의 본질에 대해 한번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송영무 국방부ㆍ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임명과 추가경정예산안 및 정부조직법 처리 등을 둘러싸고 난관에 봉착한 국회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협치를 강조한 것이다.
정 의장은 특히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입장이 있겠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시시비비를 따지기 전에 정부ㆍ여당이 좀 더 국회가 원만하게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 게 아니냐 생각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문 대통령과 여당이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줄 것을 건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문 대통령은 묵묵히 경청했다고 배석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해외 순방과 관련해 “실제로 짧은 기간인데도 워낙 많은 일이 있어서 저는 엄청난 시간을 보낸 것 같다”며 “국내에 들어오니까 국회나 정치 상황이 딱 그대로 멈춰 있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G20 정상회의 기간에 총 13차례 양자 회담을 한 사실을 거론하고 “일자리, 지나친 불평등에 대한 걱정과 같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 국제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 다 똑같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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