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무더위를 식혀 줄 독특한 장르 영화들이 몰려온다.
올해로 21회를 맞이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부천영화제)가 13일부터 23일까지 11일간 경기 부천시청과 부천시 일대 영화관에서 열린다. 58개국에서 초청된 영화 289편(장편 180편, 단편 109편)이 관객들을 만난다.
개막작은 이용승 감독의 영화 ‘7호실’이다. 쇠락한 DVD방을 운영하는 남자 두식(신하균)과 아르바이트생 태정(도경수)이 7호실에 각자의 비밀을 감춘 뒤에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부천영화제 측은 “어디에도 기댈 곳 없이 각자도생 할 수밖에 없는 신자유주의 시대 약자들의 씁쓸한 현실을 블랙코미디로 뚝심 있게 풀어냈다”고 평했다.
폐막작은 일본 영화 ‘은혼’이 선정됐다. 동명의 인기 개그 만화를 원작으로, 사무라이 활극과 SF, 만담을 종횡무진하는 코미디 영화다. ‘병맛 코드’로 유명한 후쿠다 유이치 감독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부천영화제는 지난해부터 월드 판타스틱 부문을 표현 수위에 따라 마니아를 위한 레드 부문과 초심자를 위한 블루 부문으로 나눠 상영하고 있다. 올해 레드 부문에서는 피 튀기는 액션과 소름 돋는 호러, 숨 막히는 스릴러 영화 31편을 소개한다. 리얼리티 TV 스태프의 괴물 인터뷰기 ‘몬스터 프로젝트’를 비롯해 채식주의자 자매가 고기 맛을 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파국을 그린 ‘로우’, 신원불명의 여성 사체를 둘러싼 비밀을 그린 ‘제인 도’, 처형된 죄수의 원혼이 부른 살인마 이야기 ‘싸이코패스’ 등이 눈에 띈다.
블루 부문에는 긴장 풀고 볼 수 있는 SF, 판타지, 코미디 장르 39편이 포진해 있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걸작 ‘싸이코’의 유명 샤워 장면을 집요하게 해부한 다큐멘터리 ‘78/52’와, 시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만난 남녀의 사랑 이야기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유괴된 어린 딸과 의식을 잃은 싱글맘의 과거를 찾아가는 인도 스릴러 ‘유괴의 진실’ 등이 상영된다. ‘78/52’는 이번에 특별 상영되는 ‘싸이코’와 함께 보기를 권한다.
난이도 최상급 영화들은 금지구역 부문에 모여 있다. ‘빌로우 허 마우스’ ‘항문남녀’ ‘동정의 밤’ ‘쿠소’ 등 부천영화제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영화들이다.
국제 경쟁 부문인 부천 초이스에 초청된 대만 영화 ‘몬 몬 몬 몬스터’와 헝가리 영화 ‘누명’은 프로그래머 추천작이다. ‘몬 몬 몬 몬스터’는 도시 요괴를 학대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로, “가해와 피해의 구도를 넘어서는 학원폭력물”(김봉석 프로그래머)이라는 평가다. 연쇄살인의 공포를 그린 ‘누명’은 “헝가리판 ‘살인의 추억’”(김영덕 프로그래머)에 비유할 만한 범죄스릴러다.
한국 장르 영화를 소개하는 코리안 판타스틱 부문에서는,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미술전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은사자상을 수상한 ‘위로공단’ 임흥순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려행’과, 공영방송 10년의 몰락을 추적한 최승호 뉴스타파 PD의 ‘공범자들’이 눈길을 끈다.
올해 특별전의 주인공은 세 명이다.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배우 전도연과 스페인 판타스틱 영화의 거장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지난해 12월 별세한 홍기선 감독이다. 1980년대 영화운동 1세대인 홍기선 감독의 ‘수리세’와 ‘파랑새’가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공개되고, 별세 3일 전에 촬영을 마친 유작 ‘일급기밀’도 첫 상영된다. 장르 영화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다뤄진 여성성을 재조명하는 ‘무서운 여자들: 괴물 혹은 악녀’ 특별전에서는 김기영 감독의 ‘이어도’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캐리’,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오디션’ 등이 상영된다.
티켓은 부천영화제 공식홈페이지(www.bifan.kr)에서 예매 가능하며 일반 상영이 시작되는 14일부터는 현장에서도 예매할 수 있다. 온라인 매진작이라도 일부 좌석을 상영 당일 현장에서 선착순 판매하니 서두르자.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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