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부채 규모 전국 최고
수익 줄어 상환능력은 약화
위험요인도 많아 대책 시급
제주지역 농가의 가구당 부채가 전국 최고 수준인 가운데 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넘어서는 등 농가부채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제주지역 농가부채 증가요인 및 리스크 점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말 현재 제주지역 농가의 가구당 부채 규모는 6,400만원으로, 전국 평균 2,700만원의 2.4배에 달했다. 농가 가구당 부채액에 농가 수(3만3,000가구)를 곱해 산출된 전체 농가부채 규모는 2조에 이르며 이는 제주지역 가계부채의 18.7%에 해당된다.
지역별로 보면 두 번째로 부채 규모가 큰 경기도(4,600만원)에 비해서도 큰 차이를 보였고, 농가부채가 가장 적은 충북(1,100만원)보다는 6배나 많은 수준이다.
또 최근 3년간 전국 농가부채는 연평균 0.8%씩 감소했지만, 제주지역 농가부채는 오히려 12.3% 증가했다. 특히 2013년 이후부터는 농가소득 증가율(3.3%)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 제주지역은 건설업 및 서비스업 등의 호조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반면 농림어업은 2010년 –6.3%, 2013년 0.1%, 2016년 –3.0% 등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주지역 농가부채 증가 속도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부터 금융기관 차입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13년에 비해 41.4%나 늘어났다. 전국 평균은 오히려 2.3% 줄었다.
도내 농가부채는 시설재배 비중이 높은 제주농업의 지역적 특수성에 최근 들어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일반적인 가계부채 증가요인이 가세하면서 2013년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제주지역 농업총수입은 5,400만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지만, 농업경영비가 총수입의 85%를 차지해 가구당 농업소득(농업총수입-농업경영비)은 800만원으로, 경기도를 제외한 다른 도지역 중 가장 낮다.
또 농가자산 중 상당 부분을 토지가 차지하고 있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 경우 농가의 순소득만으로 부채를 상환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도내 농가들이 최근 3년간 평균 순소득으로만 농가부채를 상환한다고 가정했을 때 총부채 상환에 17년이 소요되며, 전국 평균 5년에 비해 3배 이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됐다.
한은 제주본부는 “농가 가구당 자산이 부채의 약 10배에 달하는 등 현재 상황에서는 제주지역 농가의 부채상환 능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하지만 도내 농가수지가 전국 수준을 밑돌고 농가의 부채상환 능력도 점차 약화되고 있는데다, 인구 고령화, 농업생산성 저하, 소득불평등 심화, 기후변화 등 중ㆍ장기적 위험요인도 상존해 있어 정책당국과 농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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