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미스터피자 가맹점 ‘갑질’ 의혹을 받는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을 검찰의 요청에 따라 ‘뒷북’ 고발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 10일, 공정위의 여론 대응은 뒷북의 정 반대였다.
공정위는 이날 오후 5시6분 기자들에게 ‘긴급 브리핑’을 문자메시지로 공지한 뒤, 불과 4분 후인 5시10분 신동권 사무처장이 나서 해명 작전을 펼쳤다. 이날 공정위는 “가맹점주들이 지난 2015년 공정위에 신고한 내용은 광고비 집행과 제휴 할인행사에 관한 건이었다”며 “검찰이 수사한 ‘치즈 통행세’, ‘보복 출점’과는 별개”라고 주장했다. 조사 분야가 다른 만큼 검찰과 비교해 공정위에 ‘무능력’을 운운하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공정위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정위는 먼저 검찰 기소의 근거인 치즈 통행세를 조사하지 않은 이유를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서”라고 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사실이지만 이면을 살펴보면 다르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가맹점주들이 수 차례 공정위 측에 치즈 통행세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작년 3월 가맹점주들은 서울 서초구 MP그룹 본사사옥 앞 시위에서 “동생 배를 왜 가맹점주 고혈로 채우냐” “치즈가격 인하하라” 등의 규탄성명을 냈다. 또 작년 10월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민병두ㆍ홍일표 의원은 본사의 치즈 공급가격 부풀리기 행태를 지적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위법성 행위를 외면하고, ‘신고접수→조사착수’의 형식논리만 내세우는 공정위의 태도는 직무유기를 자인하는 꼴이다.
해명 내용도 부실했다. 공정위는 “가맹점주의 신고내용은 광고비 집행, 제휴 할인행사 두 건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2015년 초 최초 신고를 접수한 후에도 그 해 8월 ‘부당 가맹계약 해지’ ‘가맹금 예치의무 위반’ ‘가맹계약서 필수기재사항 누락’ 등을 추가로 신고했다. 공정위가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셈이다. 한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는 “공정위의 해명은 최초 신고 후 2년여 동안 소극적 대처로 일관한 이유는 제쳐두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본사의 계속되는 갑질과 공정위의 직무유기 속에 지난 3월 전직 미스터피자 가맹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시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앞으로 공정위가 김상조 신임 위원장의 다짐처럼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해본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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