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책 골드스톤, 이메일에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지지” 주장
베셀니츠카야 “트럼프, 클린턴 관련 정보 갈망하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 언론 “러시아 스캔들 더 이상 부정 못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변호사를 만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관한 부정적 정보를 받으려 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정보원을 자처한 러시아 유력 자산가의 아들 에민 아갈라로프의 대변인 롭 골드스톤과 교환한 이메일을 직접 공개했다.
그러나 이 이메일의 내용은 트럼프 주니어를 향해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기는커녕 오히려 트럼프측이 러시아 정부의 ‘지지’를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제시하고 있어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주니어는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롭 골드스톤과 오고간 이메일 전문을 공개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NYT로부터 해당 이메일 전문을 확보했으며 관련 내용을 기사화할 것이라는 연락을 받은 후 “투명성을 위해” 이메일 내용을 자신의 트위터로 직접 공개했다.
골드스톤은 트럼프 주니어에게 보낸 첫 메일에서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공문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메일 내용은 “러시아와 그 정부가 아라스와 에민(아갈라로프 부자)을 통해 트럼프씨를 지지하려는 활동의 일부”로서 “힐러리(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와 그의 러시아 관련 활동을 범죄화(incriminate)할 수 있는 몇몇 공공문서와 정보를 확보했다”고 적혀 있다. 골드스톤은 이 문서를 “러시아의 검사(Crown prosecutor)가 제공했다”며 “매우 민감한 고급정보”라고 적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 메일에 “매우 좋다(I love it)”고 호감을 표시했다.
이후 트럼프 주니어는 에민 아갈라로프와 직접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어렵자 골드스톤의 이메일상 표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 변호사(Russian government attorney)를 6월 9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직접 만나게 됐다. NYT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당시 트럼프 대선캠프의 선대위원장이었던 폴 매너포트,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현 백악관 수석고문인 재러드 쿠슈너도 동석했다. 이들도 트럼프 주니어가 공개한 이메일을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만남의 결과 트럼프 캠프가 얻은 문서가 실제로 ‘클린턴에게 치명상을 날릴 수 있는 러시아 정부의 정보’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주니어가 이 때 만난 인물은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 변호사다. 베셀니츠카야는 앞서 NBC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러시아 정부와 직접 관련이 없으며 트럼프측이 원하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베셀니츠카야는 “그들은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이메일과 같은) 클린턴에 관한 부정적인 정보를 얻고 싶어 혈안이 된 것 같았다”며 “내가 가진 정보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주니어와 베셀니츠카야 양측의 해명을 종합해 보면 당시 부친이 대선 레이스에서 크게 밀리면서 ‘반클린턴 정보’를 갈망하던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쪽에서 과장된 정보를 받고 베셀니츠카야와 접촉했다 크게 실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가 최소한 러시아 정부 측 인사와 접촉했으며 이 과정에서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우호적인 활동을 해 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음을 부정하기는 어려워졌다.
미국 언론은 이날 이메일 공개로 인해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가 깊이 연결됐다는 의혹을 둘러싼 미국 의회와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도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무엇보다 트럼프가 더 이상 ‘러시아 스캔들은 가짜 뉴스다’라고 주장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주니어와 베셀니츠카야의 만남을 주선한 아라스와 에민 아갈라로프 부자가 2013년 미스유니버스 모스크바 대회를 계기로 트럼프 부자와 지인 관계가 됐으며 트럼프 주니어와 직접 이메일을 교환한 골드스톤 역시 당시 대회 홍보 활동에 관여했다고 전했다. 가수로도 활동하는 에민은 자신의 뮤직비디오에 도널드 트럼프 본인과 미스유니버스 참가자들을 출연시키기도 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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