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점퍼부터 카톡 이모티콘까지
교화 캐릭터 활용 참신한 디자인
여대생 사이에 마니아 활동 현상
인기제품은 외국관광객이 구매도
“다른 학교 친구들이 우리 ‘굿즈(Goodsㆍ상품)’를 보면 다들 아기자기하고 예쁘다고 부러워해요. 하나씩 모으다 보면 학교 ‘덕질(마니아 활동)’하는 기분이라니까요.”(이화여대 재학생)
대학 이름이나 로고가 새겨진 야구점퍼나 모자가 전부는 아니다. 평범한 기존 제품을 넘어선 예쁘고 참신한 대학기념품이 일부 여대를 중심으로 쏟아지면서 그에 대한 인기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교화(校花)나 캐릭터 등 학교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 “얼핏 봐서는 절대 대학기념품 같지 않다”는 게 인기 비결. 일부는 ‘기념품’을 ‘굿즈’라고 따로 부르면서 특별대접을 하고 있다.
굿즈를 탐내며 지갑을 여는 이유는 역시나 “예뻐서”다. 덕성여대 재학생 박모(22)씨는 “학교점퍼를 살 마음이 없었는데 ‘무궁화(교화)’가 수놓아진 걸 보고 마음이 달라졌다”며 “인터넷에서 ‘세상에서 제일 예쁜 학잠(학교점퍼)으로 소문난 것을 보면 뿌듯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학생들은 “애교심이 생기는 건 덤”이라고 입을 모은다. 숙명여대에 다니는 김모(23)씨는 “학교 캐릭터 눈송이가 부착된 제품을 사용하는 친구들끼리는 소속감이나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예쁘다고 부러워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자부심이 생긴다”고 했다.
인기 절정인 캐릭터 등은 다른 방식으로도 활용돼 학생들 시선을 사로잡는다. 숙명여대가 올 초 창립 111주년 기념으로 출시해 무료로 배포한 ‘눈송이’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그렇다. “계약된 다운로드 건수(5만건)는 순식간에 마감됐고, ‘재출시 해달라’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굿즈 사랑은 졸업생이라고 다르지 않다. 2년 전 이화여대를 졸업한 신모(29)씨는 “얼마 전 물병(이화보틀)을 사려고 일부러 학교를 찾았다”며 “가죽 클러치도 눈 여겨 보고 있다”고 했다.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에선 졸업가운을 입은 캐릭터 인형을 들고 졸업사진을 찍는 게 문화로 자리잡았을 정도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들도 학교점퍼를 색깔별로 사가곤 하는데 심지어 국내 한 화장품 업체가 중국인 고객들에게 선물로 주겠다며 대량 구매를 제안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없으면 학생들이 직접 나선다. 동덕여대 커뮤니티 ‘동덕인의 감성공간(동감)’에서 제작한 캐릭터 ‘솜솜이’가 대표적이다. 동감 관계자는 “교화인 ‘목화’를 디자인에 활용하는 게 한계가 있어, 2년 전 목화를 본뜬 ‘솜솜이’를 개발했다”며 “솜솜이 굿즈 판매 요청도 꾸준히 들어와 개발 계획을 새로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덕성여대 커뮤니티 ‘듈립’에서 제작한 캐릭터 ‘듀롱이’도 교화인 무궁화만큼이나 인기다. 더불어 학내 커뮤니티에 시안과 예상가격을 올려 수요를 파악하고 주문을 넣어 만들어 배포하는 ‘공동구매(공구)’도 활발하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이윤 추구 목적이 아니면 누구나 캐릭터를 이용할 수 있다”며 “학교에서 생산하는 제품 종류보다 공구를 통해 제작되는 제품 가짓수가 더 많다”고 전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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