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무슨 기자냐’고 코웃음 치던 친구들이 명함 한번 보자고 조르네요.”
대구 경원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찬혁군의 꿈은 기자다. 진로도 이미 신문방송학과로 정했다. 그런 김군에게 대구한국일보 시민기자 1기 모집 공고는 기자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당장 지원서를 냈다.
학교에서도 배려해 줬다. 일주일에 한번씩 친구들보다 일찍 교실을 나섰다. 시민기자 교육생의 평균연령은 49세, 김군은 유일한 고등학생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 “잘 따라갈 수 있을까”, “수업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관심이 있는 분야라 그런지 교육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3개월이 짧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언론사에서 하는 무슨 무슨 과정이란 게 인맥 쌓기가 주목적이어서 강의 내용은 그저 수박 겉핥기일 것”이라고 충고하는 ‘어른’도 있었지만 교육시간(2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교육 내용이 알찼다. 김 군은 “현장에서 뛰는 기자들에게 취재와 기사 작성법 등을 생생하게 배울 수 있어 좋았다”면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론과 실기 모두를 단단하게 무장한 느낌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보력과 취재력이 바탕이 되어야 좋은 기사가 탄생할 수 있다는 말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학생으로서 제 눈높이에 맞는 기사를 써야겠단 생각이 들었죠. 10대들의 생활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발굴하는 대구한국일보 시민기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수료증을 받아들자 친구들의 태도가 180도 변했다. 처음엔 “교육 과정이 얼마나 힘든데, 네가 마칠 수 있겠느냐”며 웃었지만 지금은 기자 명함 한번 보여 달라고 조른다.
“지금은 명함이지만 나중엔 기사를 보여주겠다고 했어요. 기자는 기사로 말하는 거 아닌가요, 하하!”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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