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한 이미지에 비릿한 냄새까지 풍겨 내리막길을 걷던 재래시장이 청년들의 힘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경주시 성건동의 북부시장 이야기다. 이곳이 최근 젊은이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황리단길(황남동)과 함께 경주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청년들이 시장의 빈 점포에 차린 ‘욜로몰’ 덕분이다. 욜로(YOLO)는 ‘한번뿐인 인생을 즐기자’는 뜻이지만 경상도 사투리로는 ‘이리 와’라는 의미도 있다.
북부시장은 1987년 조성돼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도심공동화 현상과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손님이 줄면서 슬럼화가 가속화됐다. 결국 120개 점포 중 70여 개가 비거나 창고로 사용되면서 애물단지가 됐다. 하지만 이곳 빈 점포에 전통체험 등 창의적 테마의 청년가게가 속속 문을 열면서 새로운 명소로 주목 받고 있다. 이는 청년 창업공간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역할도 한다.
북부시장의 변신은 지난해 6월 시작됐다. 재래시장의 빈 점포를 활용해 청년들이 창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과 경주시 등이 사업비 15억원을 지원해 점포 20개를 리모델링했다. 이 사업에 선정된 청년들에겐 인테리어 비용과 1년간 점포세가 지원된다.
시장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젊은이들의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업종에 세련된 모습의 가게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난 5월 초 임시개장을 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몰려들고 있다. 주말이면 관광객과 주민 등 500~600명이 몰려 북적거린다.
‘혼밥족’을 겨냥한 저렴한 보쌈집, 커피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 판매하는 커피집, 일본 수입품 판매장, 라멘가게 등 다양한 먹거리를 만날 수 있다. 여성복과 앙증맞은 소품들을 판매하는 점포도 인기다.
인근 주민 이상은씨(54)는 “주말이면 가족과 청년몰을 찾아 식사도 하고 쇼핑도 즐긴다. 한곳에서 다양한 쇼핑이 가능해 백화점 못지 않다”며 웃었다.
기존 상인들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곳에서 20여 년간 식재료를 판매하고 있는 한 상인은 “젊은이들이 가게를 연 뒤 손님이 많이 늘면서 시장이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고 반겼다.
북부시장은 지난달 8일 신경주역, 서라벌대학과 욜로몰 마켓투어 상호지원 업무협약을 했다. 신경주역은 철도로 여행하는 청년들을 유치하고, 서라벌대는 대학 기숙사를 여행객 숙소로 제공해 청년몰을 찾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청년몰사업단 박정호 단장은 “시장의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해 전국 최고의 ‘젊은 시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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