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매직’을 장착한 스파이더맨의 공습에 극장가가 초토화됐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영화 ‘스파이더맨 : 홈커밍’(‘홈커밍’)은 개봉 7일째인 11일까지 400만 관객을 싹쓸이하며 거침없이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개봉 첫 주말을 맞은 8일에는 무려 109만8,521명을 동원해, 영화 ‘명량’(2014)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검사외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부산행’(2016)에 이어 일일 관객 100만명을 넘은 역대 6번째 영화로 기록됐다. 다음날인 9일에도 97만524명을 추가하며 올해 개봉한 영화들 중에 가장 빠른 속도로 300만을 돌파했다.
8일 스크린수는 1,965개, 상영횟수는 1만679번으로, 스크린점유율 41.2%, 상영점유율 62.4%에 달했다. 9일과 10일에도 점유율은 비슷하게 유지됐다. 전국 극장에서 하루 절반 이상 ‘홈커밍’만 상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홈커밍’은 마블스튜디오가 만든 첫 번째 스파이더맨 단독 영화다. 스파이더맨을 창조한 건 미국 만화전문회사 마블코믹스지만 할리우드 영화사 소니픽쳐스가 판권을 소유하고 있어 그 동안 마블 영화들에서는 볼 수 없었다. 그러다 두 영화사가 전격적으로 공동 제작에 나서면서 스파이더맨이 마침내 집에 돌아왔다.
‘홈커밍’에선 열다섯 살 고등학생 피터 파커(톰 홀랜드)가 생계형 악당 벌처(마이클 키튼)에 맞서면서 스파이더맨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어벤져스(마블 히어로로 구성된 단체)의 일원이 되기를 꿈꾸지만 의욕만 앞서다 도리어 민폐만 끼치는 사고뭉치 파커의 좌충우돌이 경쾌하게 펼쳐진다. ‘스파이더맨’ 1~3편의 토비 맥과이어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2편의 앤드류 가필드 등 옛 시리즈의 스파이더맨들이 우울하고 진지했던 데 비해 마블판 스파이더맨은 구김살이 없고 해맑다. 역대 최연소 히어로답게 스파이더맨 복장에 책가방을 둘러맨 모습이 신선하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는 “스파이더맨은 마블코믹스에서 아이언맨과 함께 대중적 인지도가 가장 높고 2000년대 초반 슈퍼히어로 붐을 일으킨 캐릭터”라며 “앞선 시리즈에서 보여준 스파이더맨의 정체성 혼란을 건너 뛰고 사춘기 영웅심과 아이 같은 천진함을 부각하면서 대중적 재미를 확보한 점이 흥행에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저조한 흥행으로 굴욕을 맛봤던 스파이더맨을 ‘마블 유니버스’(마블코믹스 캐릭터들로 만들어 낸 가상 세계)로 옮겨 놓자 이야기가 풍성해졌다. 스파이더맨 복장의 최첨단 기능이 한층 업그레이드 돼 볼거리를 더하고, 그 복장을 토니 스타크(아이언맨)가 제작해 선물했다는 뒷이야기를 담아 관객의 오랜 궁금증도 해소했다. 파커가 아직 미숙한 10대 소년이면서 가난한 ‘흙수저 히어로’라는 설정을 충실히 설명하면서 다른 캐릭터와의 차별화에도 성공했다. ‘홈커밍’ 배급사 소니픽쳐스 관계자는 “마블만의 정체성이 살아나 관객들이 호응하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대진 운도 좋았다. 눈에 띄는 대작이 없어 극장가는 ‘홈커밍’의 독무대였다. ‘혹성탈출 : 종의 전쟁’이 내달 중순으로 개봉일을 옮긴 것도 호재였다. 여름 기대작들의 개봉 전까지 당분간 ‘홈커밍’의 독주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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