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특목고 폐지 방침 영향
대구 경신고 울산 성신고 신청
학부모, 단체행동 등 강력 반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취임으로 자율형사립고ㆍ외국어고 폐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재정 악화에 시달리는 자사고들이 잇따라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에 나서고 있다. 이에 학생ㆍ학부모들은 “학교의 일방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며 학교 측과 충돌하는 상황이다.
11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2010년 자사고로 지정된 경신고의 교장은 전날 전체 교직원에게 서한문을 보내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교장은 신입생 미달로 인한 재정 압박과 새 정부의 외고ㆍ자사고 폐지 방침으로 신입생 모집이 더 어려워진 현실 등을 이유로 꼽았다. 실제 경신고는 올해 신입생을 420명 뽑을 계획이었지만, 지원자가 적어 추가 모집 끝에 정원보다 97명 적은 323명만 채웠다.
경신고 측은 12일 학부모 총회를 연 뒤 이사회 의결을 거쳐 대구교육청에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을 할 계획이지만, 학부모들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신고 학부모 A(46)씨는 “학교 구성원의 사전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고려한 교장 등을 상대로 단체 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경신고가 정식으로 신청서를 제출하면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자율학교위원회) 심의를 거쳐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에는 울산 지역 자사고인 성신고가 울신시교육청에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을 하며 학부모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성신고 역시 지정 취소 신청 이유로 연간 7억원 안팎의 적자로 재단 경영이 어려워진 점, 정부의 자사고ㆍ외고 폐지 정책에 따라 내년 신입생 미달 사태가 우려된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성신고 학부모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자사고 지정 취소 저지를 위한 단체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학교의 일반고 전환 움직임이 본격화한 지난달 19일에는 울산시교육청에 845명이 참여한 자사고 폐지 반대 서명을 전달했고, 최근에는 교육청 정문 앞에서 108배 운동도 진행했다. 이춘근 성신고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은 “자사고 지정 취소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등록금 10% 인상’ 등의 조건을 재단 측에 제안했다”며 “그래도 일반고 전환을 강행할 경우 학생 145명이 전학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시교육청은 조만간 자율학교위원회를 꾸려 본격 심의 절차에 착수, 이달 내로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학부모들로선 기껏 자사고에 보냈는데 일반고로 자발적으로 전환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자발적인 지정 취소가 추가로 나올 수 있어 갈등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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